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태어날 아기의 선천성 질환을 막기 위해 예방백신 접종 계획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을 소홀히 할 경우 산모는 물론 태아와 신생아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임기 여성이 임신 계획을 세웠다면 먼저 풍진과 수두에 대한 면역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면역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 초기 감염이 발생하면 태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풍진은 임신 초기에 감염될 경우 청각 손실, 백내장, 선천성 심장기형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선천성풍진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수두 역시 감염되면 태아에게 피부 반흔, 팔다리 기형, 중추신경계 이상 등 선천성수두증후군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풍진 감염 예방을 위해선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다만 생백신이어서 임신 중에는 접종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 임신 1개월 전까지는 접종을 마쳐야 한다. 수두 백신 또한 생백신으로 임신 전 접종이 필요하며, 접종 후 최소 1개월 동안은 피임을 해야 안전하다. 한정열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에는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병에 취약해지는데, 풍진과 수두, 거대세포바이러스, 헤르페스 등은 태아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이 산모와 아기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신한 후에도 독감,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코로나19 예방접종은 필수적이다. 독감에 감염된 임신부는 고열 및 호흡곤란, 폐렴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고, 태아도 조산이나 신경 발달 이상에 노출될 수 있다. 독감 백신은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접종 가능하며 태아에게 전달된 항체는 생후 6개월까지 신생아를 보호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접종해도 되며, 산모가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dap 백신은 임신 27~32주에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정열 교수는 “이 시기에 접종하면 태반을 통해 항체가 아기에게 전달돼 백일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임신할 때마다 접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대세포바이러스는 임신했을 때 감염되면 태아에게 청각 손실, 발달 지연, 뇌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예방 백신은 없어 철저한 위생 관리가 유일한 예방법이다. 생식기 헤르페스는 흔히 감염되는 바이러스지만 임신 중일 때 처음으로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전파될 위험이 최대 50%에 달한다. 신생아가 감염되면 뇌염, 폐렴, 간염 등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임신 36주부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필요시 제왕절개를 통해 신생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의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하다. 접종 부위에 통증을 느끼거나, 미열·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개 1~2일 내 사라진다. 한정열 교수는 “아주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과 비교하면 백신의 이득이 훨씬 크다”면서 “가임기 여성은 반드시 면역 상태를 확인해 필요한 예방접종을 사전에 완료하고, 임신부는 의료진과 상담해 맞춤형 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