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아 제발 오지 마라’ 했던 고졸 신인, 이젠 자신감이 넘친다

2025-09-09

키움 신인 어준서(19)가 9일 고척에서 리그 선두 LG를 상대로 3안타와 함께 데뷔 후 최다인 3타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최근 3경기 연속 안타, 시즌 막바지로 갈 수록 스윙에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키움은 어준서 등 타선이 대폭발하며 LG와 시즌 최종전을 11-2 대승으로 장식했다.

어준서는 경기 후 “강팀이다 보니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더 즐겼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상대 LG는 리그 선두다. 상대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도 이날 전까지 KBO 4차례 선발 등판에서 4승을 올렸고,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할 만큼 기세가 좋았다. 어준서는 “강한 투수를 만날 수록 더 즐기자고 생각한다. 제가 손해 볼 게 없다. 뭔가 놀이터에 온 것처럼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준서는 올해가 프로 첫 해다.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그런데 벌써 프로에서 103경기를 소화했다. 신인들을 특히 많이 쓰는 게 키움의 기조이기도 하고, 어준서가 초반 부침 속에서도 1군 무대에 잘 적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어준서는 “처음에는 프로의 현실도 모르고 자신감만 넘쳤다. 뭐라도 좀 되는 듯이 야구를 했는데 (현실을) 겪고 나면서 좀 많이 겸손해진 것 같다. 부족한 걸 많이 느꼈고, 훈련도 더 열심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어준서는 개막 첫 달인 3월 4경기에서 10타수 4안타를 쳤다. 3월25일 KIA를 상대로 한 프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렸다. ‘자신감이 넘쳤다’고 할 만큼 초반 기세가 좋았다. 그러나 프로는 프로다. 어준서는 4월 한 달 타율 0.206을 기록하며 프로의 혹독함을 체감해야 했다.

수비는 부담이 더 컸다. 유격수로 나서면서 5월까지 실책 12개를 했다. 어준서는 “한창 안좋을 때는 에러 하나 하고 그다음 이닝 수비 들어가면 ‘제발 공 오지 마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불안했던 수비도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았다. 자신감도 생겼다. 어준서는 “요즘은 실책을 해도 계속 ‘와라, 와라’ 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날 상대로 만난 LG 오지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어준서는 “오지환 선배님이 수비 나가면 여러 변수를 다 생각하고 조언을 하셨는데, 요즘 딱 그렇게 수비를 나가니까 좀 실력이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준서는 오지환의 오랜 팬이다. “오지환 선배님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고 할 정도다. 후배 앞에서 오지환은 이날 묘기에 가까운 수비를 선보였다.

그 어준서와 오지환이 이날 묘기에 가까운 수비를 차례로 선보였다. 2회말 LG 수비 때 오지환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공을 뒤돌아 쫓아가 미끄러지며 잡아냈다. 상대 선수까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수비였다. 바로 다음 이닝 이번에는 어준서가 비슷한 수비를 해냈다. 높이 뜬 애매한 타구를 역시 뒤돌아 달려가 슬라이딩으로 잡아냈다.

어준서는 “오지환 선배님 수비를 보면서 벤치에서도 ‘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마침 바로 다음 이닝에 저한테 똑같은 타구가 와서 공 잡으러 뛰어가면서도 약간 설레더라”고 했다. ‘공 쫓아가는데 왜 설렜느냐’는 말에 어준서는 “잡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오지환과 같은 코스의 공이 와서) 약간 운명처럼 이뤄진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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