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30주년 전시는 한국사 조명 '두껍아 두껍아'

2025-03-17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한국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망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는 1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에서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정다영·김희정·정성규 예술감독과 참여작가 김현종(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박희찬(스튜디오히치)이 참석했다.

한국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개최되는 올해 한국관 전시는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고(故)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가 공동 설계한 한국관 건립 과정을 살펴본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의 건축적 의미와 지속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번에는 건축전 한국관 전시 중 역대 최연소의 예술감독과 4명의 작가인 김현종, 박희찬, 양예나(플라스티크판타스티크), 이다미로 구성돼 지난 30년간 한국관이 쌓아온 역사를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정다영 예술감독은 "올해 전시는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다. 전시는 건립 30년을 맞아서 한국 미술이 국제 무대에 가까워진 방식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사의 과거를 조망하면서 이곳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한국관이 속한 생태계, 국가 간의 연대와 관계로 확장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관이 위치한 자르디니는 베니스의 유일한 공동 공원으로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설계 하에 100년이 넘은 도시 공동체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며 "제목은 전래동요에서 가지고 왔다. 이 노래는 집짓는 흙놀이를 하며 부르는 전래동요로, 집의 재생과 변화를 뜻하는 가사이다. 노랫말 자체를 전시를 풀어가는 은유적 틀로 삼아 한국관의 과거와 미래, 한국관의 한계 등을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에서는 한국관을 단순한 '화이트 큐브'가 아닌, 다층적 의미를 품은 유기체로 바라보며, 파빌리온 자체가 가진 생명력을 탐구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유명한 전래동요인 '두껍아 두껍아'를 은유적 틀로 삼아 전시를 풀어나간다. 전시의 보이지 않는 화자인 두꺼비는 동서양 문화권에서 변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설화적 존재로, 전시는 나무와 땅, 바다로 둘러싸인 자르디니 공원 일대의 공통 유산들을 환기하며, 상호 돌봄적 관계에 대한 다층적 서사로 확장한다.

또한 아르코는 현지 시각으로 5월 9일 오후 2시에 한국관 공식 개막식을 개최하며,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한국관의 역사적 의의를 탐구하는 특별 건축 포럼 '비전과 유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을 연다.

김희정 예술감독은은 특별 건축 포럼에 대해 "한국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폐막 프로그램도 준비 중인데 공동 주제인 '콜렉티브 인텔리전스'라는 주제의 흐름에 맞춰 한국관 자체도 굉장히 많은 인텔리전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한국관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다른 타 국가와 도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관의 특징이라고 생각한 '나무'라는 주제를 타 국가와 기관들과 함께 연결하는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려고 한다. 나무라는 공통의 주제를 통해 타 국가와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각 국가 간의 나무를 다루는 방식과 문제 해결 태도에서 공유되는 가치들을 바탕으로 국가관들과 과거와 미래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성규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4명의 작가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네 분들 모두 같은 세대의 젊은 작가이면서도, 각기 다른 나라에 거주하고 작업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어떤 전시를 건축가가 공동으로 탐색하면서 작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시각과 경험이 다채롭게 교차됐고,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시너지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다미 작가는 한국관의 지난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존재들을 화자로 내세워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는 한국관의 의미를 돌아본다. 양예나 작가는 몇천만 년 전에 묻혀있던 가상의 땅속 이야기를 허구적인 전개를 통해 자르디니 공원의 원초적 시간과 공간을 다룬다.

또 박희찬 작가는 한국관을 둘러싼 나무에 반응하는 건축 장치를 만들어 공원의 중요 유산인 나무를 응시하고, 김현종 작가는 한국관만의 독특한 공간인 옥상에 설치돼 환대의 공간을 작동시키고, 모든 국가관이 공유하는 하늘과 바다라는 자원을 보게 한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은 현재 기후 변화, 지구의 위기적 상황에 대해 건축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관은 이런 전시의 큰 주제 속에서 파빌리온 자체가 가진 생명력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정다영 예술감독은 "전체 주제에 대해서 국가관 큐레이터가 두 차례의 줌 회의를 통해 같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처음 주제가 발표돼쓸 때, 기술적 제한 혹은 디지털 시대에 건축의 임무에 대해서 답변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다"라며 "그런데 국가관 큐레이터와 대화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문제보다 어떻게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건축을 어떻게 위치시키고, 조금 더 역사적인 토대에서 지난 시간들을 다시 한번 재발견하느냐, 소위 말하는 아날로그적 접근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인텔리전스'라는 개념을 공동의 자산, 한국관의 문제를 다른 국가관과 해석하는데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건축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이나 도전, 혹은 여러 가지 재료에 대한 기술적 변화도 있지만 그보다는 건축이 가지고 있던 장소의 문제에 집착하는 사안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예술감독은 "건축은 홀로 설 수 없고, 토대가 되는 공통 자원, 특히 오늘 날 기후 위기 때문에 더욱 환기해야 할 자연의 유산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것 또한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가 간에 있는 어떠한 터전, 그리고 더 깊숙한 땅의 문제, 원초적인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쌓은 과정의 결과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5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는 오는 5월 10일부터 11월 23일까지 약 6개월 간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 카스텔로 자르디니 한국관에서 개최된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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