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서전도 좋지만
독서 문화 확대에 기여하는 지역 책 축제 '필요성'도
올해 첫발을 내디딘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책 축제로 기획이 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6개국 193개 출판사·단체를 비롯해 스타 작가인 백희나, 이수지를 포함, 작가 110명 총출동해 도서전을 빛냈다.
특히 이들은 158개의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였는데, 어린이·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주제인 ‘라퓨타’(Laputa,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허구의 섬) 조형물을 만나는 재미부터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키즈 아틀리에 부스, 동시집 ‘뿌지직! 똥 탐험대’의 김경구 작가와 함께 ‘똥’을 연구하고 여객선을 만드는 시간까지, ‘어린이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이어져 어린 독자들을 설레게 했다.

백희나, 이수지 작가의 사인회 및 강연을 듣기 위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참여한 어른 독자들만큼이나 어린이, 청소년들의 밝은 모습이 눈에 띈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도서전 또는 책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서전은 어쨌든 관심이 필요하다. 정확한 색깔로 관심이 있는 독자나 관계자들이 모이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각종 프로그램처럼,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작가와의 만남 및 굿즈·이벤트 물품 등으로 젊은층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젊은 독자들은 책을 읽고, 또 토론하며 나누는 것을 넘어 SNS 등을 통해 인증하고, 챌린지로 확대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데 이것이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의 내용과도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서전의 본래 의미를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축제’의 정체성은 강화했지만, 대신 출판인들의 교류의 장이 되지는 못했다는 평을 받으며 출판인들의 아쉬움을 산 것이다.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총 19개국에서 452개 출판사가 참여했다면, 지난 2023년에는 36개국 530개 출판사가 참석했는데 참여 국가의 숫자가 절반에 가깝게 떨어진 것은 ‘국제도서전’의 역할에서 멀어진 것이라는 평이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국제도서전과 함께 책 또는 독서 문화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책 축제가 함께 열리는 것이 ‘이상적’이다. 최근 군산북페어, 전주책쾌 등 각 지역에서도 도서전이 호평 속 진행이 됐는데, 이 같은 시도를 늘려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
출판사의 수도권 쏠림 현상 및 작가 섭외의 어려움 등으로 책 축제는 지역에서 성공하기 힘든 축제로 여겨지곤 했지만, 최근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군산 북페어’는 지자체의 지원도 있었지만, 군산지역 내 13개 지역서점 연합체인 ‘군산책문화소’가 운영을 주도하며 지역민을 연결하는 장과 지역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파주북소리 운영위원장으로 일한바 있는 있는 출판평론가 이상은 “도서전과 책 축제는 구분이 돼야 한다”면서 “도서전은 저작권 트레이드가 기본이라서 ‘국제’도서전으로 명명하려면 저작권 거래가 중심이 되는 페어(fair)로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국제 도서전과 책 축제가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각 지역의 책 축제는 들쑥날쑥한 예산 등으로 인해 지속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책 축제 관련 전문성의 확보가 시급하다. 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필연적으로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 업무의 연속성이 끊기고 전문성의 축적도 어렵다. 외국의 책 축제 가운데는 수십 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상설 사무국을 둔 경우도 있다. 상설 조직이 어렵다면 기획력이 뛰어난 민간 전문가 조직을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