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와 살면서 이렇게 무섭고 큰 산불은 처음 봤어요. 처음에는 혹시 영화찍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28년째 LA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교민 폴박(64)씨는 헐리우드가 있는 곳이라 순간 실제 불이 아니라 우드에서 영화 촬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밤중에 일어나 번지는 산불을 본 순간을 상기했다. 12일 박씨는 “악마의 바람을 타고 도시를 집어 삼킬 듯 했던 산불은 다행히도 오늘 새벽부터 정적처럼 바람이 멈추면서 소방당국이 불길을 잡는 터닝포인트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엿새째 계속되는 가운데 현지시각 12일 오전(한국 시각 13일 밤) 강하게 불던 바람이 잠잠해 지면서 산불진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다.
12일 캘리포니아주아 LA카운티 당국 등에 따르면 서부 해변에서 발생해 내륙으로 확산한 LA카운티 내 4건의 대형 산불은 어제(현지시각 11일)까지만해도 내륙쪽으로 더 번지며 대피구역은 확대돼 왔다. 이로인해 LA시내 지역까지 악마의 바람을 타고 날려온 재와 연기로 시민들은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돌아다닐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그러나 현시각으로 일요일인 12일부터 강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멈추면서 시내 전지역은 맑은 공기를 되찾았다.
LA카운티에서는 지난 7일 서부 해변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에 이어 같은알 북부 ‘허스트산불’, 8일 한인들 주요 거주지 인근 ‘이튼산물’, 9일 서북부 ‘케네스 산불’ 등 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중 LA 북단에서 발생한 '리디아 산불'은 완전히 진화됐으며 4건의 산불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해변의 팰리세이즈 산불이 전날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번지면서 내륙의 주요 시설을 위협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LA의 손꼽히는 명소인 게티미술관이 대피 대상 구역에 포함돼 상주 직원들이 신속히 대피했다. 인근에 있는 부촌 벨에어의 일부 주민들도 대피령을 받았다.
LA시내에서는 곳곳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게티미술관 동쪽에 인접한 명문 공립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는 아직 대피 경보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학교 측이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대피 준비를 하라고 공지했다.
UCLA의 동쪽에는 유명한 부촌 베벌리힐스가 있는데, 이곳의 주민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방관들은 게티미술관과 가까운 산자락의 맨더빌캐니언에서 블길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할리우드 스타이자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AP통신과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반 산불로 현재까지 16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됐다. 건물 1만2000여채가 소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LA현지 교민들은 “이번에 발생한 산불은 숲으로 둘러싸인 고급주택가에서 발생했는데, 주택들이 지진에 강한 목조주택들이어서 더욱 피해가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폴박씨는 “미국 서부 내륙 모하비 사막에서 태평양 연안으로 강한 계절풍을 이 지역 인디언들이 ‘악마의 바람’이라고 부르는데, 이번 바람은 예년보다 훨씬 강하고 길게 불면서 불길이 주택 한 채 한 채가 아니라 마을 전체를 집어 삼키는 형태로 확산해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로스엔젤레스=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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