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비닐·빨대 허용 2028년까지 연장키로

2024-09-22

생분해 플라스틱 ‘친환경’ 인증 연장 논란

“58도 흙서 반년 만에 분해된다"

정부가 올해 종료 예정이던 생분해 플라스틱 친환경 인증 유효기간을 4년 연장하기로 해 논란이다. ‘58도 고온의 흙’이라는 생분해 조건이 자연계에선 드물다는 지적에도 업계 요구에 유효기간을 연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제과점에선 생분해 비닐봉지를, 카페·식당 등에선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 제공을 4년 더 이어갈 수 있다. 현재 생분해 비닐과 빨대 상당수가 생활폐기물과 함께 소각되는 상황이라서 정부가 ‘그린워싱’(친환경인척 하는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될법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생분해성 합성수지(플라스틱) 환경표지인증 기준 중 ‘산업 퇴비화 생분해 조건’ 유효기간을 2028년 12월31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생분해성 합성수지는 일반 합성수지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지만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합성수지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포도당을 정제해 만드는 ‘PLA’(폴리젖산)가 대표적이다.

산업 퇴비화 생분해 조건은 ‘미생물이 있고 산소 공급이 충분한 58도 정도의 흙에 가루로 된 수지를 넣었을 때 180일 이내 90% 이상 분해’로, 고온의 흙에 넣었을 때 반년 내 미생물이 90% 이상 분해하는 플라스틱은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친환경’ 마크를 달아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온도가 58도나 되는 토양이 자연에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 퇴비화 환경을 구현한 시설도 없다. 과거 환경부가 산업 퇴비화 조건은 ‘실제 생분해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 배경이다. 이에 산업 퇴비화 조건은 퇴출당할 예정이었고, 이 조건에 맞춘 제품 환경표지인증도 2022년 1월 중단됐고 기존 인증 효력도 올해까지만 인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업계 요청을 이유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환경부는 산업 퇴비화 조건 생분해성 합성수지 환경표지인증 유효기간을 2028년까지 연장하고 새로 인증도 내 줄 계획이다.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생분해 수지로 만들어진 일회용 비닐봉지·쇼핑백과 빨대를 각각 편의점을 비롯한 종합소매업·제과점과 카페 등 식품접객업에서 제공하는 것도 2028년까지 4년 더 허용한다.

그동안 생분해 비닐봉지와 빨대는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생분해성 인정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고, 생분해 비닐봉지와 빨대 대부분은 생활폐기물과 함께 소각되기 때문이다. 현재 생분해 수지는 분리배출 대상도 아니어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제조·수입업자가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수거해 재활용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땅에 묻어 미생물로 분해하려면 생분해 수지만 별도로 모아야 하는데 분해되는 재질만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폐비닐은 하루 730t인데 이 가운데 45%(328t)만 분리배출됐고, 55%(402t)는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졌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다른 지역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분리배출되지 않고 종량제봉투에 버려진 비닐은 전량 소각된다.

세계 각국은 생분해 플라스틱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8월부터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8개 시설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식기류 사용을 금지했고, 유럽의회도 2018년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지속하는 구실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부는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를 통해 음식물과 직접 닿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음식물쓰레기 바이오가스화 시설에 함께 투입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거나 퇴비화하는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별도 수거하는 방안 등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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