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국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지구의 미래를 위해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리랑TV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은 이번 회의를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닌 국제 협력 복원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 APEC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해야 할 회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인류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논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정학적 갈등과 무역 마찰로 세계가 과거보다 더 분열된 상태라며, 이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 등 공동의 글로벌 목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APEC 2025가 다자 협력의 복원과 실질적 행동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성사시킨 경험을 언급하며, “기후 대응은 어느 한 나라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배출국들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미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기술력을 가진 국가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기후 대응의 양대 축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임기 중 파리협정에서 탈퇴했고, 이번에도 취임 당일인 1월 20일 협정 탈퇴를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미국이 복귀하게 된다면 훨씬 강력한 동력이 생겨, 전 세계가 이 불씨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구는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유일한 터전이며, 현 세대는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줄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하고, 정치·경제·시민사회가 모두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5년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한국이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당시 서로 다른 체제의 국가들이 협력과 신뢰 속에서 공동 번영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20년이 지난 지금 그 협력의 정신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단기적 정치 이익을 넘어 미래 세대와 지구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권력을 가진 지도자일수록 역사적·정치적 책임이 크다”며, “역사는 결국 그들의 리더십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으로 활동 중이며, 이번 경주 APEC에서도 기후 행동과 다자 협력의 복원을 주제로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할 예정이다.
전체 인터뷰는 24일 아리랑TV에서 방송이 됐고, 이후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ANDA 칼럼] '경주 APEC' 글로벌·국익 창출의 기회로 만들자](https://img.newspim.com/news/2022/05/19/220519130659573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