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거래소(ATS) 개장으로 70년 만의 복수 거래소 시대가 열린 4일 국내 증시는 큰 오류나 사고 없이 무사히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 정규 장중 내내 변동 폭이 컸던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는 오후 3시 30분 한국거래소 거래가 끝난 이후 일시적으로 크게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일수록 단타 매매가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대체거래소에서는 유독 코스닥 시장 거래가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넥스트레이드와의 복수 거래가 개시된 종목들은 대체로 큰 변동성 없이 정규장을 마감했다. 롯데쇼핑(023530)(-0.95%)과 LG유플러스(032640)(-0.75%), S-Oil(010950)(-2.11%), 제일기획(030000)(-1.01%), 골프존(215000)(-1.35%), 에스에프에이(056190)(-1.27%), 동국제약(086450)(-0.06%)이 소폭 하락했으며 컴투스(078340)와 코오롱인더(120110)는 각각 1.78%, 3.14% 올랐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만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4.76% 크게 오르며 변동성을 키웠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이날부터 이달 16일까지 10개 종목이며 31일부터 800개 종목으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개장 첫날인 만큼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대금은 한국거래소보다 10배 넘게 뒤떨어졌다. 오후 3시 30분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5개 종목의 거래 대금은 586억 원, 코스닥은 405억 원으로 총 99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넥스트레이드는 각각 25억 원, 63억 원으로 총 88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코스닥 종목들에 거래가 유난히 집중된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코스피 시장의 거래 대금이 더 많았지만 넥스트레이드의 경우 코스닥이 2.5배 이상 많았다. 이날 코스닥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컸던 만큼 단타 세력들의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복수 거래가 허용된 10개 종목들이 장중 내내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에서 10~300원가량 시세 차이를 보였다가 다시 동일한 가격으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였다. 오전 10시 기준 롯데쇼핑은 한국거래소에서 6만 3700원, 넥스트트레이드에서는 6만 4000원에 거래됐으며 오후 2시 30분 기준 골프존도 100원의 차이를 보였다. 가격 차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주문에서 거래 체결까지는 시간이 소요돼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아 보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수수료와 주가 등을 비교한 뒤 원하는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이 적용된다. 거래량이 풍부한 한국거래소로 몰린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된다.
코스닥 종목들의 변동성은 정규 장 마감 이후에 더욱 심화됐다. 와이지엔터는 4.76%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를 마쳤지만 이날 오후 4시 기준 6%대까지 올랐다. 컴투스 역시 1.78%로 정규장을 마감했지만 같은 시각 2.4%대까지 상승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넥스트레이드 개장식 행사에서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투자자에게 더 좋은 투자 환경과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이고 신속한 거래 체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선택권이 넓어진 만큼 투자 전략에 따른 수익률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부터는 ‘중간가 호가’ ‘스톱지정가 호가’ 등 새로운 유형의 호가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중간가 호가는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방식이다. 스톱지정가 호가는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투자 방법이다. 스톱가격을 호가보다 높게 입력하면 안내 문구가 뜨며 접수가 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 윤 모 씨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MTS에서 두 거래소 간의 가격 차이가 한눈에 비교되지 않았는데 다른 증권사는 한눈에 볼 수 있어 거래가 한결 더 수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