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앞둔 빙그레 3세 김동환···승계 적신호 켜지나

2024-10-07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빙그레그룹 승계 작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빙그레는 차기 후계자인 김 사장의 폭행 리스크와 오너 3세 기업인 제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일면서 승계 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김동환 사장의 첫 재판이 오는 15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김 사장은 지난 6월 서울 용산구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동환 사장의 변호는 법무법인 화우가 맡는다. 법무법인 화우는 빙그레가 내부거래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받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던 로펌이다. 김 사장의 혐의가 현직 경찰관 폭행인 만큼 관련 전문성이 높은 검찰 출신 이기옥 변호사와 경찰 출신 김세진 변호사를 선임한 걸로 알려졌다. 이들은 변호인 의견서를 7일 제출한 상태다.

김동환 사장의 폭행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빙그레가 승계 과정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더욱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빙그레의 후계 구도가 장남 중심으로 굳혀진 건 지난 5월 김 사장이 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로 전해진다. 김 사장은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CI) 경제학과 졸업, EY한영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다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다.

김 사장은 구매부 과장, 부장을 거쳐 2021년 임원 승진, 마케팅전략담당 상무와 경영기획 및 마케팅 총괄 본부장을 지냈다. 빙그레에서 10여년간의 경영 수업 끝에 올해로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특히 오너 3세 세 남매 가운데 가장 빠른 승진을 거친 만큼 차기 후계자로 유력했다.

다만 빙그레의 세 남매는 지주사인 빙그레 지분이 없다는 점에서 승계 과정에 이목이 쏠렸다. 현재 빙그레 오너일가의 지분은 김 회장 36.75%, 재단법인 김구재단 2.03%, 주식회사 제때 1.99%, 재단법인 현담문고 0.13%로 구성돼 있다.

승계의 핵심에는 가족기업 '제때(Jette)'가 있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계열사로,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회사다. 제때의 지분은 김 사장이 33.34%, 장녀 김정화 씨와 차남 김동만 해태아이스 전무가 각각 33.33%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제때는 빙그레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불려 왔다. 제때(전 케이엔엘물류) 인수 당시인 2006년 전체 매출에서 빙그레와의 거래 비중은 98.3%에 달하기도 했다. 현재 내부거래 비중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나 절대적인 거래액 규모는 매년 우상향하는 추세다.

양사의 내부 거래액은 2020년 586억원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100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22년 빙그레 계열사와의 거래도 추가되면서 연결 기준 거래 금액이 잡히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는 연결 기준 592억원으로, 연간 거래액은 1200억원에 달할 걸로 추정된다.

특히 제때는 지난해 10월 콘 과자 제조업체 동광실업을 인수하면서 최근 내부거래 사업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 과자와 종이 포장 등 업체와 설비를 인수한 뒤 기존 협력업체와 거래를 끊고, 계열사인 해태아이스 콘 제품의 과자와 종이 포장 사업으로 거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제때와의 내부거래 사업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행보가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제때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인정될 경우 김동환 사장을 포함한 빙그레 오너일가의 승계를 위해 제때를 발판 삼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걸로 보인다.

승계 관련 잡음과 무관하게 빙그레의 실적은 성장세다.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11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영업이익 660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8.6%에서 올해 상반기 9.3%로 개선됐다. 올해 3분기 폭염이 길어진 만큼 하반기 실적도 순항할 걸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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