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한국계 미국인 학자 그레이스 M. 조는 가족 안에서 유령처럼 존재하는 어머니의 진상을 파악하다 어머니와 유사하게 유령적 존재가 된 이들로 확장됐다.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유령이 된 양공주를 탐구하는 이 책은 어떻게 삭제된 기억을 복원해 역사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지 질문한다.
언어, 의식, 실증 바깥의 존재
누가 왜, 어떻게 유령이 되는가? 저자는 트라우마가 은폐되고 침묵당해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을 때 유령이 생성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2~4장을 통해 그는 양공주의 유령화 과정을 추적한다.
2장은 먼저 그 최초의 트라우마가 생겨난 현장인 한국전쟁 초기로 되돌아가 미군에 의한 학살의 참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이러한 전쟁의 트라우마가 양공주라는 유령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양공주는 한국의 분단과 미국에의 종속을 고통스럽게 상기시키는 존재가 되고, 한국인들이 전쟁 기간 경험한 공포, 비통함, 수치심, 분노, 감사, 갈망과 같은 혼란을 투사하는 스크린이 된다.
3장은 한국전쟁 전후 기지촌 매춘의 역사적·정치적 조건들을 개괄하며 양공주가 군사화된 실천들에 종속되어 있는 한편, 한국의 트라우마적 역사에 의해 구성됨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미 관계의 특정한 국면에 따라 양공주의 몸이 가시화되었다 비가시화되었다를 반복하며 한국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들이 경합하는 전장이 된 과정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기지촌 여성이 경험한 실제 폭력과 트라우마는 단단히 함구됨으로써 유령이 생성된다.
4장은 미군과의 결혼으로 미국에 이주한 10만여 명의 양공주들로 시선을 옮긴다. ‘명예 백인’이 되는 일은 디아스포라의 역사에 내장된 트라우마적 기억들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또 저자는 군인 신부로서 한인 여성들의 결혼 생활이 가족으로부터의 배척, 생활고, 가정폭력, 정신 질환으로 점철돼 있다는 점을 짚고, 이 모든 트라우마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미국의 공적 담론에 의해 부정됨으로써 그들이 더욱 더 유령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유령
이렇게 유령이 된 존재는 무엇을 하는가? 그는 자신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말해 줄 몸을 찾아 시공간을 가로질러 퍼져나간다. 유령은 독자적인 행위자성을 갖고서 자신에게 정동적으로 연결된 몸 주위를 배회하고, 그 몸들에게 트라우마적 이미지와 목소리를 퍼뜨린다. 트라우마를 체현한 이 몸들은 종종 그것을 조현병적 환시와 환청으로 경험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광기를 정신병리적 비정상성으로만 여기는 해석을 거부하고, 삭제된 것을 독해하는 생산적인 수단으로 새롭게 의미화한다.
또한, 이 책은 트라우마를 체현한 몸들이 보고 듣는 이미지와 목소리를 ‘무대에 올려’ 보여줌으로써 유령의 영향을 개인적인 영역에서 사회적인 영역으로 끌어낸다. 이러한 시도는 유령에 정치적인 힘을 불어 넣는데, 비슷한 트라우마와 취약성을 공유하는 몸들과 유령들이 서로를 찾아내고 정동적인 유대를 빚어내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공주의 유령은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조선의 환향녀부터 일제 시대의 위안부, 미군 기지촌에서 일하는 각국의 이주노동자 여성들과 연결되고, 지금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해 싸우는 이들, 더 나아가 전쟁과 국가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들과 연결됨으로써 이 유령이 지금 우리의 주변 또한 배회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로써 우리는 특정한 역사를 과거만이 아닌 현재의 순간으로, 이곳만이 아닌 저곳의 장면으로 확장하여 감각하고 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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