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출범 6주년을 맞았다. 농어업위는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농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태동한 민관 협치형 기구로 관심을 모았지만 21대 대선 국면에선 그간의 한계가 부각되며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농어업위는 2019년 4월25일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쳐 한달여 뒤 새로 출범할 정부까지 세 정권에 걸쳐 존속하게 된다.
그동안 농어업위는 적지 않은 농정 과제를 발굴해 의제화했다.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주목할 만한 대안도 도출했다. 지난해엔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농업경영체 문턱을 지금보다 3배가량 높이자고 제안하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의결한 안건이 정책으로 녹아들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대통령과의 취약한 연결고리는 농어업위 출범 직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논란거리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 농어업위 주도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열어 ‘사람과 환경 중심 농정’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순간만큼은 외면하기 어려운 성과로 기억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 대통령과 농어업위원장이 공식 대면한 자리는 임명장 수여식 때 한번뿐이었을 정도로 농어업위와 대통령 사이 접점은 옅어졌다.
이렇다 보니 당연직 위원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관심도 적어 범부처 플랫폼으로서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중정부에서 가동한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와 윤석열정부의 농어업위에서 모두 활동한 강용 학사농장 대표는 “DJ정부 때는 농어업위에서 논의된 내용이 재정당국에 무겁게 받아들여졌는데 최근엔 대통령부터 관심이 적다 보니 정부부처 역시 농어업위를 크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아쉬워했다.
농업계 목소리가 농어업위라는 통로를 통해 정책에 반영되려면 대통령 등의 관심을 이끄는 한편 농어업위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행법은 농어업위가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협의’하고, 관계기관에 필요한 업무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다. 정책 대안을 제시해도 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더이상 농어업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손영준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정책 집행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최선이나 어렵다면 대통령실·농림축산식품부·농어업위가 농정을 함께 추진하는 체계를 구체화하는 게 대안일 수 있다”고 밝혔다.
농어업위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농어업위가 의결한 안건을 정부가 얼마나 수용해 정책화하고 있는지 심의·평가를 강화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현장에선 농어업위가 중장기 농정 방향을 고민하는 일에 천착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는 관련법이 가장 먼저 거론하는 농어업위의 기능이기도 하다. 손 위원장은 “미국은 중요한 농업 정책의 시행과 수반되는 예산이 법제화돼 농정이 예상 가능하다”면서 “우리는 장기적 관점의 농정 방향을 도출하는 역할을 농어업위에 기대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루는 안건의 성격이 정권마다 크게 바뀌면서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민간이 아니라 농식품부 관료 출신에게 사무국장을 맡긴 점도 아쉽다”면서 “농어업위와 농심의 간극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달라”고도 강조했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위원회(삶의질위원회)’와 통합문제를 매듭짓는 일은 또 다른 숙제다. 이를 위한 법안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에도 제출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위원회 축소 기조 속에서 두 위원회의 통합 방침을 제시한 윤석열정부가 조기 퇴장하면서 법안 논의의 향방도 현재로선 안갯속에 놓였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