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모두 신탁사에서 증권사로 전환한 이력을 가진 금융사다. 각각 2000년과 2005년에 증권업에 진출하며 거의 비슷한 시기 출발선에 섰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회사의 성장 곡선은 크게 엇갈렸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펼쳐 업계 최상위권 증권사로 도약한 반면, 하나증권은 보수적인 경영 기조 속에서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1천5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1조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채권 운용과 환율 변동에 따른 환산 이익이 실적을 견인했으며, 특히 IB 부문과 브로커리지 사업이 각각 25.5%, 7.2% 성장했다.
하나증권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은 영업이익 1천957억원과 순이익 1천83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됐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신탁사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974년 '한국투자신탁'으로 설립된 후 2000년 증권업에 진출하며 한국투자신탁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05년 동원증권에 합병되면서 지금의 '한국투자증권'이 되었다.
이후 회사는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했고, 증권업 진출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펼쳤다.
하나증권의 전신은 1977년 설립된 '대한투자신탁'이다. 2005년 하나금융그룹이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하나대투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하나금융투자'를 거쳐 2022년 7월 '하나증권'으로 사명을 재차 변경하며 리테일과 IB 부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두 증권사가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지만, 전반적인 성장 속도와 수익성 측면에서 한국투자증권이 하나증권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두 회사의 성장 궤적은 차별화된 양상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초창기부터 리테일과 IB 부문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도모했으며, 2010년대 들어서는 IB 사업에 집중해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부동산 금융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렸다.
특히 2018년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로 디지털 금융에도 경쟁력을 확보했고, 글로벌 자산 운용과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수익성 개선에도 매진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하나증권은 하나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 기조에 따라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성장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즉, 외형 확대보다는 안정적인 내실 위주의 성장에 집중해 왔고, 이에 따라 리테일 부문과 디지털 금융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사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1위에 오른 반면, 하나증권은 8위에 그쳤다"며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 전환 이후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성장을 이뤄낸 반면, 하나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성장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동원증권을 합병하는 등 '투자 마인드'가 충만한 증권사라면, 하나증권은 아무래도 은행을 기반으로 한 금융그룹에 속해 있어, 이들 증권사의 성장 궤적이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