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44〉서울대 10개 만들기: 독창성과 다양성을 목표해야 한다

2025-10-29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가 교육·균형발전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정책은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등 9개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해, 지역 인재가 서울로 가지 않고도 세계적 교육·연구 기회를 누리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의 핵심은 각 대학을 '지산학연 협력 중심 특성화 연구대학'으로 전환하고, 학부·대학원·연구소와 지역 기업 및 출연연구기관 간 협력을 통합 지원 체계로 강화하는 데 있다. 나아가, 교육 시스템은 기초 인공지능(AI) 역량, 글로벌 교육, 현장 밀착형 학습을 중심으로 혁신되며, 이 모든 것이 각 지역 고유의 전략 산업과 연계하여 인재를 길러내도록 설계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각 지역에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의 성장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야심찬 프로젝트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과제가 있다. 21세기 지식 생태계는 단순한 교과과정의 복제나 표준화된 인재 양성보다, 연결과 재해석, 창의성, 다양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따라서, 또 다른 서울대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목표가 될 수 없다. 대신, 목표는 '수월성(excellence)을 담보한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이어야 한다.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진정으로 구별 짓는 특징이 각 대학이 고유한 강점에서 탁월함을 발휘하는 다양하고 특성화된 나름의 생태계를 조성한데 있다는 점을 안다. 특히 이것이 창의적 교육 만이 아니라, 특정 연구 영역을 세계적 수준으로 선도해 온 능력에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교육 혁신이 오른손이라면, 진정한 차별성은 새로운 학문과 사회 변화를 이끄는 '연구 경쟁력'이라는 왼손에서 비롯된다. 즉, 글로벌 대학은 독보적인 연구 역량이라는 토대 위에 교육 혁신이 구축될 때 비로소 진정한 '특성화'를 달성할 수 있다.

글로벌 대학들은 이미 차별화된 전략으로 세계적 위상을 얻었다. MIT는 기존 명문대학과 달리 “산업과의 연구 연계”를 기반으로 DARPA·NASA 등과 협력하며 성장했고 혁신적 연구·산업 연계 생태계를 실현했다. 스위스연방공대는 정밀공학 같은국가 산업구조에 맞춘 전략적 연구 투자로 세계 최고 공과대학으로 부상했고,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도시문제해결형 연구를 중심으로 교육·산업 연계로 20년 만에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핀란드 알토대 역시 디자인·공학·경영 융합을 바탕으로 한 '창의융합(Design Thinking)' 연구로 연구중심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기존 명문대 모방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사회·경제 구조에 맞춘 독자적 생태계를 창출함으로써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서울대급' 복제를 넘어, 각 대학의 고유한 전략 분야 지정과 지역 혁신 플랫폼으로의 기능 전환, 그리고 연구 투자 분산까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연구 예산을 과감히 분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에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 비용이 요구된다. 나아가 서울대라는 명칭 자체가 타파하려는 계층적 획일화를 되레 강화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계획의 목표는 '또 다른 서울대'여서는 안된다. '서울대 급'도 충분조건이 안된다. '서로 다른 세계적 대학 10개'여야 한다. 세계적 대학은 닮음이 아니라 다름에서 나오며, 그 핵심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자적 연구역량이다. 그렇기에 목표는 또 다른 서울대가 아니라, MIT 같은, 난양공대 같은, 쮜리히공대 같은, 아니 더 나아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그런 대학'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 거대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구상의 원안을 넘어선 재구상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고등교육 자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립 대학의 역할에 대한 논의와 통합되지 않는다면, 과연 이 계획을 '그랜드 플랜'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과실연 정책기획위원장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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