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기록종 난초과 유령란속
아열대·열대 서식…기후변화로 북상

제주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난초과 유령란속의 아열대·열대성 식물이 처음 발견됐다.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제주 한라산 자락에서 가칭 ‘방울유령란’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방울유령란은 엽록소가 없고, 죽은 생물체나 유기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해 자라는 부생식물로 국내에서는 서식이 확인된 적이 없다.
생육 기간이 짧아 유령란과 비슷하지만, 뿌리줄기가 덩어리 모양이고 잎술꽃잎이 대부분 아래쪽에 있는 것이 유령란과 구별되는 점이다.
또 유령란은 냉온대 및 아한대성 식물이지만 방울유령란은 중국 남부와 대만, 동남아시아 등 아열대 및 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돼 있다. 아열대·열대성 식물이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까지 북상한 것이다.
임은영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는 “방울유령란이 제주에서 발견된 것은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장기적인 식생대의 북상과 식물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제주에서의 방울유령란 서식은 이번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주지역본부 등과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해안 식물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연구소는 향후 자생지 조사를 진행한 뒤 분류학적 검토를 거쳐 방울유령란 서식을 학술지에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
임 연구사는 “방울유령란 서식 확인은 식물지리학과 기후생태학적인 의미가 있다”며 “제주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어 새로운 아열대 및 열대성 식물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