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 협의 없었다"... 소비자연맹 "승객안전 위협"

2025-08-07

'닭장 배열' 후폭풍

공정위 "소비자 후생 축소 확인중"

소비자단체 "공정위 시정조치와 충돌"

대한항공 "모니터 확대"... 엉뚱 해명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대한항공이 3000억원을 투입해 리뉴얼 중인 프리미엄 좌석제 도입을 두고 이익 극대화를 위한 소비자 편의성 후퇴라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좌석 구조 개편으로 기존 이코노미 좌석 간격이 더 좁아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하늘위 닭장'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주력 기종인 보잉 777-300ER 11대의 좌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 구조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도입되는 ‘프리미엄석’은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과 일반석 사이 등급으로, 좌석 폭이 넓고 기내식 등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를 통해 승객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은 이코노미석 좌석 축소에 집중되고 있다. 리뉴얼에 따라 이코노미석의 좌석 너비는 기존 18.1인치(약 46cm)에서 17인치(약 43cm)로 약 2.5cm 좁아진다. 앞뒤 간격은 유지되지만, 옆 좌석 간 간격이 줄어들면서 장거리 비행의 피로와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겉으로 보기엔 새로운 프리미엄석 도입으로 선택지를 늘린 것처럼 보이지만 승객 한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면서 이코노미석 서비스가 더 열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멍석 도입이라는 명분 아래 밀집형 좌석 배치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장시간 비행하는 고객의 안전과 편의성을 맞바꾼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번 좌석 개편으로 총 좌석 수는 291석에서 328석으로 늘어난다. 일등석을 없애고 프레스티지석은 줄인 대신 이코노미석을 대폭 늘리면서다. 이를 통한 수익도 늘 것으로 보인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뉴욕 노선 기준으로 운항당 약 9%의 수익 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 좌석 매진 시에는 일등석과 프레스티지 좌석 수익이 크지만, 일반적으로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운항률이 이코노미석보다 낮아 일등석을 제거하고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좌석을 늘리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여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여론도 '대한항공 이코노미는 이제 닭장 수준', '서비스는 퇴보하고 가격만 오른다', '기내 급차별화가 지나치다'는 등 고객의 불만이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번 좌석 개조에 대해 "단순한 배열 변경을 넘어, 승객 1인당 공간을 축소하여 장시간 비행의 편의성과 안전성까지 위협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소비자연맹은 "밀집형 좌석은 실제 체감 서비스 수준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소비자가 받아야 할 최소한의 ‘적정 서비스 품질’ 기준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는 공정위가 부과한 시정조치 조건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행태적 시정 조치를 지시했다. 공정위는 좌석 간격 등 고객에게 불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를 제한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조치를 교묘히 빗겨가는 방식으로 리뉴어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합병 기업결합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구조적·행태적 시정조치를 절대적으로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지정한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 노선 40개에 대해서는 해당 좌석 변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면 리뉴얼로 이코노미석 엔터테이먼트 모니터 확대, 와이파이 전석 제공 등의 승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달라"고 부연했다.

다만 논란의 핵심인 좌석 간격 축소와 관련해선 공정위와 별도의 사전 협의나 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측은 "공정위와 좌석 간격 축소와 관련한 사전 협의는 따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대한항공의 이코노미석 좌석 축소에 대해 사전 보고나 협의는 전혀 없었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좌석 간격이 축소되면 소비자 후생이 감소된다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부분을 대한항공 측에 확인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바탕으로 수익 극대화를 꾀하면서, 소비자의 기본적 권익은 후순위로 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는 탑승객 안전을 담보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프리미엄 좌석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좌석 간격 축소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공정위에 여러 차례 고발 및 의견을 제시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당국이 좀 더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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