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수치를 인근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경쟁을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됐지만 지역 주민들의 전자파 우려에 따른 반발로 제때 구축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 인식을 개선하고 AI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AI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한 SK텔레콤(017670)이 자사 데이터센터에 처음 시범 도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 핵심과제 3차 국민 브리핑’을 열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부터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측정 결과를 표시하는 ‘전자파 신호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 고압전선이 들어가다보니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있고 지난해부터 주민 갈등도 심화했다”며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측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자파 신호등은 통신기지국 등 전자장비 주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해 미세먼지처럼 그 수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다. 전국 14대 운영 중이며 데이터센터 사업자나 주변 주민들이 신청해 설치할 수 있다. 전자파 신호등으로 데이터센터 전자파 수치도 제공함으로써 최근 커진 관련 우려를 종식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수준은 인체보호 기준치의 10% 이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어느 정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실제보다 우려가 과장돼 있어 관련 사업 확장이 가로막히는 상황으로 과기정통부는 진단하고 있다.

앞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원자력발전소 유치가 어렵듯 국내에서 데이터센터가 (전자파로 인해) 유해시설처럼 되면서 유치에 장애 요인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규제가 오히려 심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시행된 관련 규제인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에 따라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지역사회 수용성과 직접고용 효과, 지방재정 기여도 등 비기술적 항목도 통과해야 하는데 업계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자파 신호등은 본격 운영에 앞서 지난달 SK텔레콤이 신청해 가산 데이터센터에 시범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올 초 가산 데이터센터를 AI 연산에 특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기반의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며 AI 인프라 사업에 본격 착수한 만큼 향후 사업 확장에 필요한 주민 반발 문제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