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교조·극단주의서 벗어나려면…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라

2025-03-14

출간된 지 70년이나 더 된 책의 내용이 현재 시점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이 덜 된 것일까. 20세기 최고의 석학 중 한 명인 영국인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책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원제 Unpopular Essays)’ 얘기다. 1950년에 출간됐다는 데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번역됐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 나는 배워왔다.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이 말을 뒷받침할 증거를 부단히 찾아봤지만 운이 없었는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세계가 더 광기에 빠져드는 것을 목격했다.” 저자가 ‘어리석음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라는 장에서 한 말이다.

이러한 비관적 인식도 이해가 된다. 그는 이 책을 내기 전에 벌써 80년 가까이 살면서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겪었다. 또 당시는 동서 냉전이 가열될 때다. 저자 나름대로 대학에서 쫓겨나고 투옥도 됐으며 망명(미국으로)하기도 했다.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교조주의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싸움을 계속 이어나간다.

“좌파이건 우파이건 그 어느 쪽에서도 교조주의와 극단주의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개인의 자유, 학문의 자유, 상호 관용의 가치를 굳게 믿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핵무기까지 만들어진) 이 지구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집단적 어리석음은 인간이 자기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바로 교조주의와 극단주의다. 그들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지 않고 기존 믿음을 강화하는 사실만 추려서 받아들인다.

저자는 이러한 교조주의와 극단주의를 벗어날 유일하고 또 최선인 방법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비판적 사고를 견지할 수 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쌓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며 생각을 엄격히 검토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는 ‘나의 삶, 나의 신념’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직접 쓴 ‘부고’가 담겨 있다. “평생을 자유분방하게 살았지만 일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사라진 시대의 마지막 생존자였다”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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