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둘러싼 각종 의혹 두고 尹, "진심으로 사과"
서울역 대합실 시민들, 대통령 사과 두고 '관심집중'
"진정성 없어" vs "소통 환영" 반응 엇갈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나라 잘되는 것에 관심 없는 국민이 어디 있냐"
7일 오전 10시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전이 앞에 놓인 대합실 의자 70여 개가 시민들로 꽉 들어찼다. 캐리어를 끌고 바삐 걸음을 옮기던 이들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했다.
중장년층이 대다수였다. 이들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뉴스 화면의 자막을 훑었다. 대합실 텔레비전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 탓에 인터넷 생중계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화면을 번갈아 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국정 현안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해 국민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핌은 서울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기찻길 민심'을 살펴봤다.
본격적인 국정 브리핑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발언과 함께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며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지난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이와 관련해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와 돈 거래 의혹도 불거지며 최근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 담화 역시 이와 관련한 각종 의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주를 이뤘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도 대통령의 사과 발언과 해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모친과 내장산 단풍 구경을 가는 길이라고 밝힌 여행객 허진용(59) 씨는 "으샤으샤한 분위기, 잔치 분위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며 "근데 김건희 여사의 그런 여러 의혹과 행태가 지속적으로 계속 솟구치는 것이 문제라고 느꼈다"며 말했다.
허 씨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그런 부분(김 여사를 중심으로 불거지는 문제들에 대해)이 철저하게 단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며 "그런 모습을 보여야 2년 반 남은 임기를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가장 중요한 국정 현안은 정치의 안정"이라고 말을 이은 허 씨는 "현 정치 세태는 서로 당파 싸움만 일삼고 이간질하는 삼류 정치다. 남은 기간 동안 대통령뿐 아니라 정치계가 페어플레이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 김 모(79) 씨는 담화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늙은이가 말해 봤자 국정 반영도 안 되는데 뭐 하냐"며 말을 아끼던 김 씨는 이내 "국가가 안정되고 경쟁 사회에서 따라갈 수 있게 정치 싸움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의 불필요한 정치적 소모를 지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민들 중에는 텔레비전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발언을 두고 열띤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대합실 좌석에 앉아 쩌렁쩌렁하게 말을 하던 70대 노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래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라고 말해서 다행이다"라며 "앞으로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두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외교에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이들은 "사실 이번 미국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인이 됐는데, 아무래도 한미동맹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변화하는 국제적 관계에서 잘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진 대통령의 담화와 일대일 질의가 계속되자 이내 발길을 옮기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플랫폼으로 이어진 출구 위 스크린에 띄워진 열차 시간을 연신 살피며 텔레비전을 살피는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사과하고 인정할 수 있냐"는 질의가 나왔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어렵지 않냐"며 말을 아끼면서도 "어찌됐든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건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부인과 텔레비전을 보며 꾸준히 토론을 이어가던 부산 출신 시민 박 모 씨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은) 사과할 일이 아니라 수사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씨는 "이번 사과는 진정성이 없었고, 공천 개입 의혹 등 사안이 중대한 만큼 몇 마디로 무마할 일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다만 박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인적 쇄신을 통해 정치적으로 능력 있는 이들을 중용했으면 좋겠다"며 연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반면 유튜브 생중계와 텔레비전을 번갈아 보고 있던 대학생 박 모(25) 씨는 "그 정도 사과라면 솔직하게 말해줘서 국민들이 이해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 가졌던 개인적인 궁금증도 담화를 통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고집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젊은 사람들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만큼 앞으로는 꾸준한 소통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민생에 중점을 둬서 솔직한 말과 소통으로 국정을 이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