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피스 메이커’라는 말을 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 개입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회담에서 “이(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웃으며 “우리는 분명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나는 범죄 멈춰세워…워싱턴서 살인하면 사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국무회의에서 “한국과 무역협상에서 문제가 있다고 들었지만, 한국 대통령을 만났고 그 문제는 해결됐다”며 “말하기는 싫지만, 한국이 추가 (개정)시도를 하려 했으나 결국 합의를 지켰다”고 말했다. 무역합의를 둘러싼 논란과 이견이 존재했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다만 양국이 어떤 사안을 놓고 갈등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국무회의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무역 협상 타결, 대도시 범죄 대응, 약값 인하 등 2기 행정부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책 성과 홍보로 채워진 3시간 17분간의 국무회의 전 과정은 백악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영상 출연 기록으로는 역대 최장 기간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워싱턴 치안을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해 도시가 안전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자신을 두고 ‘독재자’(dictator)라고 하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나는 독재자가 아니라 오히려 범죄를 멈춰 세웠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워싱턴에서 사람을 살해한다면 우리는 사형을 구형하겠다”며 보다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이어 “나는 시카고에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고, 그곳(시카고)에 갈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겨냥…“세계 대전 되도록 하지 말자”
국무회의 말미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선 전쟁 종식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질문을 받자 “우리는 (전쟁) 합의를 보고 싶다”며 “만약 내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 내 머릿 속에 있는 것은 매우,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에게는 경제 제재 조치가 있다. (종전 지연이) 세계 대전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경제 제재를 말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는 러시아를 향해 “세계 대전이 되게 하지 말고, 경제 전쟁이 되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쟁은 나쁠 것이고, 러시아에 나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러 경제 제재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러시아에 대한 고율의 관세 등 직접적 경제 제재뿐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를 구입하는 국가들에도 2차 관세를 물릴 계획을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연합(EU) 정상들을 연이어 만나 러·우 양자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등 성과를 내는 듯했지만, 종전 협상에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압박 이어…“백악관서 가자 회의 개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회의를 주관할 계획이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을 담당해온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는 이날 폭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와 관련한 구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내일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큰 회의를 한다”며 “우리는 포괄적 계획을 짜고 있고, 많은 이들이 이 계획이 얼마나 탄탄하고 좋은 의도를 가졌는지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특히 종전을 주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관련해 “우리의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동기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러·우 양자 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이번 주 뉴욕에서 우크라이나를 만나는데 그건 큰 신호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매일 러시아와 대화하고 있어 양자 회담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을 끝내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테이블에 있는 게 필요하다”며 종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재차 부각했다.
볼턴 “트럼프의 협상, 노벨상 운동과 함께 고비”
이런 가운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 계정에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지난 22일 그의 행정부가 내 집과 사무실에 수색 영장을 집행했을 때처럼 일관성이 없다”며 “혼란과 서두름으로 인해 무너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은 노벨평화상 수상 운동과 함께 마지막 고비를 맞고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앞서 한미연구소(ICAS)의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노벨상을 정말 원하는 사람(트럼프)이 있는데 우크라이나(문제 해결)나,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는 못 받을 것”이라며 “그 상을 받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잠재적 협상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잠재적 협상은 북한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대북 대화는 비핵화가 아는 군축 협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그는 초강경 외교·안보 정책을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을 거듭하다 해고된 후, 반(反)트럼프 인사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22일 연방수사국(FBI)이 그의 자택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에 들어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