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연계고용으로 연 200억 이상 고용부담금 감면…"의무고용제 취지 어긋나"

2024-10-23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닌 사업장들이 연계고용제도로 최근 3년간 연 200억 원 이상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등에서도 연계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의결하고, 부담금 감면기준을 90% 한도로 상향하는 고시를 개정하는 등 장애인 의무고용제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미고용 사업장이 연계고용제도로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은 금액은 ▲2022년 205억3400만 원 ▲2023년 233억3200만 원 ▲2024년 254억9900만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연계사업장을 통한 부담금 감면 현황은 민간기업이 237억300만 원, 공공기관은 17억9600만 원이었다. 사업장 규모로 보면 1000명 이상 사업장이 161억16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부담금을 감면받았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법정 의무고용율에 따른 장애인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상시 100명 이상 고용사업주는 의무고용 미이행 시 부담금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부담금은 융자 지원과 장려금 지급 등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각종 사업에 지원된다.

2010년 도입된 연계고용제도는 부담금 납부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또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 연계고용 대상 사업장에 도급을 주고 그 생산품을 납품받는 경우, 연계고용 대상 사업장에서 종사한 장애인근로자를 부담금 납부 의무 사업주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장애인고용공단에 등록된 연계고용 사업장 184개 중 세탁업이 60개로 가장 많았고, 인쇄 관련 업체 27개, 그 외 식품·음료 24개, 청소·위생관리 17개, 기타(의류·제조·복지서비스)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다.

문제는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해야 하는데,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는 기존 민간과 공기업 등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과 교육청 및 지자체 등 정부 부문까지도 연계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 또 올해 4월 고용노동부는 연계고용에 따른 부담금 감면 기준을 기존 60%에서 90% 한도로 상향하는 고시를 개정했다. 이로 인해 약 20억 원의 추가 부담금 감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대해 업종이나 영역 상관 없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를 촉진하고, 사업주가 장애 친화적 직무를 개발해 장애인 직업 능력을 개발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연계고용제도 개편방안' 보고서에서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연계고용은 직접고용이 어려운 사업주의 이행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한 수단이나, 부담금 납부 사업주의 장애인 고용률은 감면액 산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어 직접 고용을 회피할 수단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규약인 'UN 장애인에 관한 세계 행동계획' 제128조 및 129조와 'UN 장애인권리협약'의 기본원칙은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를 제시하고 있다. 'ILO 장애인의 직업재활과 고용에 관한 협약'과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에서도 장애인의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한 노동시장에 참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연계고용제 감면 한도 높이고 범위를 확대할 경우, 장애인 고용이 특정 분야에 국한될 것"이라며 "당장 공공부문이 문제인데, 가장 의무고용률이 적은 교육청들은 앞으로 장애인 교원 양성을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통합과 장애인 직업능력개발이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만큼 직접고용을 늘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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