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 그 어떤 책도/ 그대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그대를 살며시/ 그대 자신에게로 돌려보내 주리라// 그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그대 안에 있으리라/ 해와 달과 별/ 그대가 구하는 모든 빛이/ 그대 안에 있으리라// 그대가 오랜 시간 찾아다니던 지혜가/ 지금 모든 페이지에서 반짝이고 있으니/ 이제 그 지혜는 그대의 것이 되리라
-헤르만 헤세·유영미 옮김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중에서.

헤르만 헤세(사진) 시 ‘책’의 전문이다. 책을 읽으며 비로소 자기 내면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을 절묘하게 노래했다. 헤세의 책에 대해, 문학에 대해 쓴 시 같기도 하다. 그의 시는 난해하지 않은 시어로 가슴에 파장을 일으키는 게 매력이라 자주 꺼내 읽게 된다.
헤세의 시 전집에서 100편을 골라 엮고, 옆 장마다 여백을 둬서 옮겨 적게 한 필사집이다. 문장을 사랑해본 사람들은 안다. 좋은 문장은 그저 읽는 게 아니라 따라 쓰고 싶어진다는 것을.
장석주 시인이 “헤세의 시들은 시대를 넘어서서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로 우리 생의 감각을 쇄신”한다고 추천사를 썼다.
내친김에 다른 시 구절을 옮겨본다. “생의 모든 부름에서/마음은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주고 살아가게 한다/ 그러니 우리는 유쾌하게 생의 방들을/하나씩 통과해 가야 하리라”(‘생의 계단 ’ 중).
“삶은 달콤한 것/기쁨과 아픔도 달콤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마다 환희에 넘치고/ 나 또한 환희에 넘친다”(‘산속의 하루’ 중).
“젊어서 선한 일을 하는 것은 쉽다/ 모든 속된 것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심장이 멈출 준비를 하는데도/ 미소 지을 수 있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죽음이 저편에서 기다려도/ 멈춰 서지 말자/ 그곳을 향해 가자/ 죽음을 몰아내자” (‘나이 드는 것’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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