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범 교수의 세상을 보는 눈

[천안=동양뉴스]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은 꼭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없이 건네는 눈빛 하나, 짧은 침묵 속 숨결 하나만으로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힘든 날에도 말없이 기대어 쉴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준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덜 외로울지도 모른다. 하루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 만약 오늘 하루 내가 누군가에게 말없이 기대어 쉴 수 있고 누군가의 어깨가 되어주는 삶이 될 수 있다면, 그 따뜻한 흔적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아플 때는 아프다고, 좋을 때는 좋다고 솔직하게 마음을 내어놓을 때 비로소 관계는 살아 숨 쉰다. 함께 나누며 살아갈 때 '말하지 않아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보다, '말해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 그 속에 담긴 진심이 서로에게는 하루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삶은 늘 바쁘게 흐르기에 사람들은 흔히 세월 따라 흘러간다고 말한다.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린다. 그러나 세상의 바쁜 그 흐름 속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삶의 본질과 마주할 때 인생의 흐름은 직선이 아니라 순환되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는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사실 정해진 순서는 없는 것이 아닐까 밤 낮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하루는 언제나 다시 찾아오고, 어김없이 밝은 빛을 비추며 새롭게 시작되는 것처럼, 힘들고 아픈 날이 있더라도, 누군가의 온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기에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용기 내어 서로 감추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말하며 마음을 꺼내어 나누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삶의 본질을 마주하며 가장 따뜻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월 끝자락에 서면 문득 발걸음이 느려진다. 짧았던 가을의 숨결이 바람에 흩어지고, 나뭇잎은 저마다의 색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 그때마다 지난 세월의 시간을 돌아본다. 무엇이 지난 삶 속에서 진정 중요한 가치였을까. 그리고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왔을까. 이따금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묻게 된다.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갈 것인가?” 삶의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 어떤 발자국을 남겼느냐일 것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누군가에게 건넨 온기와 진심 어린 말과 행동이 조용히 머물러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 기억은 흐려지고, 세월은 언제나 앞서 흘러가지만 따뜻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내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오늘 함께한 짧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남는 특별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면, 때로는 말 한마디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짧은 미소가 하루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하기에 우리는 매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
인생은 서로의 마음을 향해 말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감추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솔직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흔적이다. 끝이 있기에 다시 시작이 있고, 멈춤 속에 새로운 의미가 깃드는 것처럼 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때로는 억지로 방향을 잡으려 애쓰기보다,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아가는 것이 더 큰 지혜일지도 모른다. 해가 떠오르고, 새벽의 빛이 창문을 통과해 방 안을 밝히는 그 순간처럼, 자연은 언제나 순환하며 우리에게 쉼과 새로움을 선물할 때 시월의 끝자락, 한 해의 문턱에서 나는 다시 다짐한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의 사람들에게 진심을 건네고, 그들의 마음에 작은 온기로 남는 삶을 살아가자. 언젠가 세월이 흘러 나의 이름이 잊히더라도, 내가 남긴 따뜻한 흔적 하나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문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서로의 삶에 따뜻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외부 칼럼은 동양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말 바루기] ‘이같이’와 ‘이 같은’](https://img.joongang.co.kr/pubimg/share/ja-opengraph-img.png)
![[청춘예찬] 나를 속이고 싶지 않습니다.](https://cdn.jjan.kr/data2/content/image/2025/10/28/.cache/512/20251028580229.jpg)

![[박인기의 말에게 말 걸기] ‘교양 있는 사람’이 있는 곳](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51044/art_17616976678319_a66d8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