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방위산업 10위에서 ‘빅4’로 도약하려면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국방 연구개발(R&D)과 무기 획득 과정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합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국방 예산이 올해보다 8.2% 증가한 66조 원 이상이나 되지만 방산 강국의 핵심 관건은 무기 개발·획득 시스템의 속도와 유연성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국강병포럼 사무총장인 그는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절충 교역의 기술 가치 평가를 맡다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을 거쳐 올 초 전북대 교수로 부임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580억 달러(약 85조 원)의 방산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초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 등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를 대거 수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국가들에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늘리도록 압력을 가한 것도 우리 방산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내세우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K방산이 2.0 시대를 지나 3.0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지컬 AI 시대에 발맞춰 제도·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 교수는 “국내 무기 획득 시스템은 속도도 늦고 돈도 많이 들며 군도 제때 소요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과거의 틀과 규제가 피지컬 AI의 접목을 저해하면서 유·무인 복합 전쟁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 방산 기업들은 많은 기회 요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사업과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각각 스웨덴과 일본에 밀려 탈락하는 등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실정이다. 심지어 드론 무기의 경우 우리보다 한참 뒤처져 있던 튀르키예에 10~20년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AI·드론·로봇 등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도 갈 길이 멀다. 반면 미국의 경우 팰런티어·안두릴·실드AI 같은 기업이 글로벌 첨단 방산 분야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 교수는 “국방 R&D와 무기 획득 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방산 강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며 “미국·이스라엘·우크라이나처럼 AI, 소프트웨어(SW), 센서 기반 첨단 무기에서 빠른 개발과 조기 실전 투입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방산 기업들은 무기 개발과 장비 운용 과정에서 군의 데이터 수집·가공·활용·학습·공유·피드백이 제대로 안 되고 군에서 완벽한 시험 평가를 요구해 애로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H사의 경우 전차 등 무기 개발 계약 후 5년 뒤 성능 평가를 마치고 납품했을 때 시간이 너무 흘러 이미 진부한 기술이 됐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K사는 무인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가상 시뮬레이터 자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실전에서는 바람·온도 등의 차이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장 교수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시제품을 만들면 군에서 소량이라도 구매해주고 계속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조언했다. 그는 “10여 년에 걸쳐 완벽한 무기를 만들겠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선 1~2년 내 85% 수준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전력화한 뒤 성능을 개량해야 한다”며 “민군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가상 학습 시뮬레이터도 같이 운용하고, 실전 테스트베드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형 재래식 무기만 생산하고 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지 못하면 결코 방산 강국이 될 수 없다”며 “병력 자원의 급감과 AI 전쟁 양상에 맞춰 국방 획득 체계의 획기적인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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