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 미·중 갈등 격화, 3년 넘게 계속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중동 상황 등 국제 정세는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한국의 에너지·자원 확보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202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전체 수입 원유 중 대략 60%를 중동에서 가져오고 있다. 천연가스는 카타르와 미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40% 정도다.
중국은 세계 핵심광물 생산 주도
미국은 핵심광물 범위 대폭 확장
한국도 체계적 자원 확보 나서야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를 만드는 기술은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핵심 소재가 되는 니켈·리튬·코발트 등 광물은 중국이 세계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필요한 광물을 세계 각지에서 모두 수입해 제련 과정을 통해 공급한다. 소위 ‘핵심 광물’ 자원은 없다. 더불어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저탄소 에너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시대가 성큼 다가옴에 따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용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로 인해 에너지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가 되었다. 한국은 에너지와 자원 확보, 저탄소 에너지전환, 안정적 전력 공급의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자국의 에너지 안보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광물 안보를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며, 미국 내 광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기존 핵심 광물 목록을 확장해 구리·우라늄·금·칼리(potash) 등도 포함했으며, 이들 광물이 미국의 경제·에너지·국방에 필수적임을 명시했다. 연방 토지의 허가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연방 부처 및 중소기업청의 자금을 활용해 민간 부문의 광물 생산 참여를 지원한다.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국방생산법(DPA)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전통적으로 개발도상국 지원에 한정되던 DFC의 권한이 국내 광물 생산 투자로 확대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광물 안보 전략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서 국가 안보, 산업 정책, 에너지 인프라, 국제 금융 및 개발기구의 역할까지 포괄하는 다층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한국·일본·대만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경제성이 부족하고, 장기적인 개발 위험이 큰 사업에 천연가스 수요국을 참여하게 해 위험을 분산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광물의 50%를 달라고 하거나, 우크라이나의 유럽 최대 원전시설을 미국 소유로 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의 안보와 에너지 및 핵심 광물의 확보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국은 왜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할까? 우리나라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해외 자원 개발, 탈원전 등 에너지 문제가 정쟁화되고 있다. 한국은 1970년대 석유 위기 때나 지금도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스스로 공급할 수 없는 에너지 빈국이기 때문에 에너지와 자원의 확보나 국가 안보와 같은 국가적 문제를 정치권에서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생산적인 논의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쟁으로 흐르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해치는 결정을 많이 했다.
국가 안보, 에너지와 핵심 자원의 확보는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 문제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보여주는 에너지와 자원의 확보 경쟁은 각국이 생존과 직결된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표현해도 과언은 아닌 세상이 되었다. 우리도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하는 국가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래야 저탄소 에너지전환과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에너지 전담부처를 신설해 새로운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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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리셋코리아 통일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