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중국의 저고도 경제 규모는 3조위안(약 600조원)을 넘어설 것입니다.”
중국저고도경제연합(CLAEA)은 도심항공교통(UAM)과 드론 등을 포함한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 규모를 이같이 전망했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발표한 2032년 글로벌 UAM 시장 전망치 1469억달러(약 209조원)를 3배가량 상회하는 수치다.
CLAEA는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가 물류와 농업, 응급 구조, 도시 관리, 관광을 위한 주요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성숙으로 무인 자율주행 기술이 eVTOL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30년 10만대에 이르는 eVTOL 보급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UAM 산업은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주요국과 기술 경쟁에 나서려면 UAM 비행체는 물론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등 인프라를 포괄하는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인증 체계·제도 정비 등 한국형 모델인 K-UAM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中, 민·관 주도로 UAM 상용화 앞서
중국이 미국·유럽 등 주요국보다 빠르게 UAM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아래 민·관이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를 철폐한 가운데 기업이 강력한 자본력과 풍성한 R&D 인력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형식 인증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eVTOL에 대한 자체 규정도 정비했다. 상하이 등 도심 저고도 영공에 대한 규제를 완화, eVTOL가 실증을 거쳐 상용화하도록 했다.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많은 eVTOL 개발사를 보유한 것도 중국의 강점이다. 중국 완성차는 자회사를 설립해 전기차와 배터리, 자율주행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eVTOL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UAM 생태계에 다수 기업이 진입한 만큼 향후 버티포트와 운항체계 마련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유리하다.
이항은 아랍에미리트(UAE)와 태국 등지에서 eVTOL 시험 비행을 개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에어로푸지아는 첫 eVTOL 모델 시험 생산에 착수했고, 쓰촨성과 베이징시 등 중국 지방 정부로부터 1000대를 주문받았다.
◇한국형 K-UAM 생태계 구축해야
한국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K-UAM 로드맵을 발표한 지 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상용화는 준비 단계다. 올해 8월 국토교통부는 K-UAM 상용화 목표를 2028년으로 3년 연기하면서 운용 개념서를 개정하고, UAM 팀 코리아(UTK) 운영체계 개편 등 상용화 전략을 재정비한 상황이다.
K-UAM 산업을 주도할 핵심 플레이어가 적다는 점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직 국내 자체 기술로 eVTOL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1곳도 없다. 수정된 K-UAM 로드맵대로 2028년 상용화를 추진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해외 기술로 완성한 비행체를 수입해 운용할 수밖에 없다.
UAM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일부 공과대에 UAM 관련 수업이 개설됐지만,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학계는 전기차·자율주행 인력 교육도 어려운 상황에서 UAM 인력까지 육성하기에 현실적 장벽이 높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의 R&D 고도화와 플랫폼 구축을 통한 K-UAM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 주도로 인증·운영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춰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KASA) 회장은 “K-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과 인증·인프라·제도·시장 환경 등 복합적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중국처럼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주도 아래 빠르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 및 관리 체계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