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스위트홈’·‘더 에이트 쇼’·‘광장’, JTBC ‘알고 있지만’, tvN ‘유미의 세포들’·‘정년이’, 영화 ‘좀비딸’·‘용감한 시민’까지…. 이 수많은 작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웹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영상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을 이끄는 권미경 대표는 “콘텐트의 재미가 곧 가치”(Fun or Nothing)라는 철학으로, 이 작품들을 성공적으로 제작했다. 2018년 회사 출범과 함께 41개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튜디오N은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아우르는 종합 제작사로 성장했다.
권 대표는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IP연금술: 웹툰, K콘텐트의 길잡이가 되다’라는 주제로 연설에 나섰다. 연설에서는 “작년 나스닥에 (네이버웹툰 지주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상장했다”며 웹툰IP가 글로벌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수치는 이를 입증한다. 올해 한국 웹툰 산업 매출 규모는 2017년 대비 576% 성장했고, 2022년 50억 6000만 달러(약 7조)였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849억 3000만 달러(약 117조)로 커질 전망이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150여 개국에서 48만 5000여 작품을 서비스 중이며, 웹소설 작가까지 포함하면 약 26만 명의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다.
웹툰이 영상 시장에서 원천IP로 각광 받는 흐름에 대해 권 대표는 “창작의 자유로움, 장르 확장성, 독자 참여와 소통, 신속한 트렌드 반영, 글로벌 경쟁력까지 다섯 가지 강점을 갖는다”며 “무엇보다 로그인 기반 서비스라 연령·성별·지역 등 세밀한 독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검증된 스토리를 바탕으로 영상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 IP의 스토리텔링 확장 사례로는 ‘유미의 세포들’을 꼽았다. 2015년 웹툰으로 출발한 이 작품은 드라마,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이어 내년에는 뮤지컬로 무대를 넓힌다. 10월 1일 개봉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는 10화 분량의 단편 웹툰을 원작으로 5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이다. 권 대표는 영상 콘텐트 흥행 후 다시 원작 웹툰으로 독자가 유입되고 다시 영상 콘텐트를 시청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됐다고 봤다.

스토리텔링의 유연성도 웹툰만의 강점이다. ‘더 에이트 쇼’는 한 명의 작가가 그린 두 개의 웹툰(‘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합쳐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됐다. 영화 ‘좀비딸’은 원작 웹툰의 새드엔딩을 해피엔딩으로 바꿨다. 권 대표는 “굳이 원작을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창작 의도가 맞다면 변화를 줄 수 있다”며 “원작자가 포맷 전환을 이해하고 동의해 주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라고 전했다.
장르 확장도 눈에 띈다. 여성국극을 다룬 ‘정년이’,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재혼황후’, 슈퍼 히어로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중증외상센터’ 등 다양한 웹툰의 스토리가 영상화로 이어졌다. 권 대표는 “웹툰에서는 형식에 구애없이 상상한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어 여러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웹툰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만들어지기도 한다. 주간 연재 시스템 덕분에 이용자 의견과 사회적 이슈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것. 실시간 소통의 장점 덕분에 북미 이용자의 75%가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권 대표는 “댓글은 영상화 작업을 결정할 때 주의 깊게 보는 요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웹툰이야말로 글로벌 시대 IP 산업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할리우드 혹은 디즈니가 원천 IP를 지속적으로 활용해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생존했던 것처럼, 우리는 웹툰을 통해 원천 IP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