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 美 민주가 다수 포용 못했기 때문” [차 한잔 나누며]

2025-01-15

김일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美정치사 연구… 대선 결과 분석

“민주, 엘리트·소수인종 중심 지지

공화 ‘보통 사람의 정당’ 자리매김

전시 아닌데도 압도적 승리 이례적

정치 상황·선거 예측 더 어려워져”

“이제까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던 ‘보통 사람의 정당’이라는 타이틀이 공화당으로 넘어간 것이다.”

미국 정치사를 연구한 김일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2024년 대선이 미국 정당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겠느냐는 질문에 분명하게 답했다.

미국 민주당이 엘리트 집단과 소수 인종의 지지를 받는다면 공화당은 중장년층의 백인, 중산층 혹은 중하층 계급, 육체 노동자를 아우르는 주류 계층의 지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앞세운 정책이나 수사들이 미국의 주류 계층과 가장 많은 인종 집단인 백인을 대표하면서 엘리트와 소수 인종의 연맹체인 민주당을 확고하게 눌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최근 미국 정치사의 권위자인 마이클 케이진 조지타운대 사학과 교수가 미국 민주당의 200년 역사를 집대성한 책 ‘승리의 비결-미국 민주당의 역사’를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책은 민주당이 사유재산과 기업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자본주의적 경제가 다수 대중의 복리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도덕적 자본주의’를 근본이념으로 해왔고, 그 이념을 포용적으로 적용했을 때 보통 사람의 정당으로서 정치에서도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민주당이 보통 사람의 정당이라는 타이틀을 공화당에게 빼앗긴 데는 도덕적 자본주의라는 근본이념으로 다수를 포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도 승리한 것을 주요하게 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286만여 표 차이로 뒤졌다.

김 교수는 지난해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최근 20년간 공화당이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승리한 유일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에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이겼지만 당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면서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애국주의 열풍이 불지 않았다면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크게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거둔 것이 의미가 작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교수는 미국 정치와 선거가 앞으로 더욱더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혹자는 탈냉전이라고 볼 수도 있고,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어떤 시점부터 미국에 뚜렷한 우세 정당이 사라졌다”면서 “그 이유 중 하나는 특정한 이슈가 헤게모니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선거는 한 정당이 중도층에 호소할 만한 정책들을 개발해서 헤게모니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양당이 각자의 집토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동원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하는 상황이고 그것이 이번에 민주당이 패배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지닌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그의 리더십 아래서 미국의 주류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정치적 양극화의 시대에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는 시대로 진입한 것도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글·사진=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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