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딸) 때문에 부정 타서 우리 귀남이(아들)가 대학에 떨어진겨.” 1990년대 인기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후남이(김희애)가 공부를 너무 잘해서 대학에 합격하고 귀남이(최수종)는 떨어졌을 때 어머니(정혜선)가 후남이를 패면서 소리치던 말이다. 이처럼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여자가 공부해서 뭐하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남존여비 사상과 보수적인 인식은 역설적으로 여대 설립과 정체성의 근간이 됐다.
한때 26곳에 달했던 여대는 그러나 1990년대를 지나며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재 전국 4년제 여대는 이화여대 등 7곳(2·3년제 포함하면 14곳)이다. 2005년 이후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73.6%)이 남학생(73.2%)을 앞섰는데도 그렇다. ‘여대의 역할’이 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여성만 지원 가능한 로스쿨(이화여대)을 두곤 “남성 역차별”이라는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요즘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격렬한 여대 재학생들의 시위는 그러나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성)평등이 이루어졌을 때 소멸하리라”던 여대의 존속을 요구한 외침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여대는 과연 소명을 다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