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發 인플레?"… ‘한철 장사’ 자영업자, 소고기값 ↑

2025-08-13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A씨는 자주 가던 카페를 들렀다 깜짝 놀랐다. 원래 한 잔에 3500원 하던 아메리카노 가격이 한 달 새 500원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A씨는 프랜차이즈 카페 대비 저렴한 가격에 이 곳을 찾았지만, 갑자기 올라 버린 가격에 발길을 끊었다.

이처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된 이후 음식 가격을 인상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커피 가격을 500원 가량 인상한 카페부터 음식점, 술집 등도 메뉴 가격을 1000~3000원씩 조정하는 추세다. 자영업자들은 소비쿠폰이 유입되는 지금 ‘한 철 장사’라며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 달 새 음식 가격을 올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이 때가 아니면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 인상을 결정했다”면서도 “소비쿠폰을 쓰는 고객이 늘다 보니 결국 가격을 올리면 매출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최근 들어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인한 자금 유입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달 21일부터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1인 당 15만 원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이는 전례없는 규모의 지원책으로 이달 7일 기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소비쿠폰을 지급받은 국민들 중 46.0%가 사용을 마쳤으며, 대중음식점(1조989억 원·41.4%)에서 소비쿠폰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식료품(4077억원·15.4%)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한 철 장사’를 꾀하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은 소비쿠폰으로 인해 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고객들로 인해 가격 인상이 곧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땡겨요에서 지급하던 쿠폰을 빼거나 방문픽업 할인을 제외하는 등 일종의 ‘꼼수’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이 끝나면 가격을 내리더라도 쓸 때 올려야 한다”며 “어차피 공짜로 풀리는 돈이고, 쓸 사람은 쓰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는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비(非)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5% 올랐다. 이는 1년 만의 최고치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크게 웃돌았다.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더라도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2020년=100)으로 1년 전 대비 2.1% 올랐다. 국산 소고기 물가는 4.9% 인상하며 전달(3.3%) 대비 상승폭이 커졌고, 외식 소고기 물가는 1.6%인상돼 전달(1.2%)보다 상승했다. 물가인상 폭을 감안하더라도 그를 뛰어넘는 수준인 셈이다.

이에 고객들은 외식에 있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동네 상권을 즐겨 찾는다는 C씨는 “이때다 싶어 가격을 올리는 자영업자들 가게는 최대한 피하게 된다”며 “피자, 치킨, 삼계탕 등 안 오른 음식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30조 원 규모로 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DI는 ‘8월 경제동향’에서 “소비쿠폰 효과로 수요 측 물가 하방 압력이 축소될 수 있다”며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확대에 따른 물가 압력이라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가격 인하만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물가 인상을 자제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휴가철, 피서철 등과 맞물려 바가지 요금까지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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