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중국-일본-프랑스 등이 뛰어든 아세안 건설시장은 마치 전쟁터 같다.”
김민수 인천-건설정책지원관은 2025년 아세안(ASEAN) 건설시장이 뜨겁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10개국에서 수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는 ‘팀워크’를 강조했다. 가령 현장에서 EPC는 주공이 맡고 정부는 근접항공지원 역할을 맡는 식이다.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춰 주공과 근접항공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공격력이 배가되어 대형수주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
특히 “주공인 우리 기업이 아세안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건설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의 전문성이 절실할 때다”고 강조했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새해 벽두 아세안 전문가로 김민수 지원관을 만나봤다.
■ 아세안은 세계 경제규모 5위...한국 토목시공 기술력 세계 최고수준 ‘찰떡궁합’
Q. 아세안은 얼마나 큰 시장인가?
A. 아세안은 6억 6,000만 명으로 세계 4위 규모다. 10개국의 경제 규모는 약 3조3,000억 달러로 세계 5위 규모인 거대한 시장이다.
한국의 대아세안 교역총액이 2022년 기준 사상 최대규모 2000억 달러(약 290조 1,000억 원)를 돌파했다. 무역수지 또한 430억 달러(약 62조 3,715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중요도가 가중되는 시장이다.
한국이 네 번째로 발효한 한-아세안 FTA(2007년) 체결 이후 한국의 아세안 수출은 연평균 8%대로 확대되었다. 특히 대 베트남 교역의 경우 연평균 25%의 고속성장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뚜렷한 파트너다. 아세안은 2011년 이후 한국의 제2위 수출지역으로 성장하였다.
Q. 그렇다면 아세안 건설시장서 한국 기업의 위상은 어떤가?
A. 한국은 토목시공 기술력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수준이다. 삼성, 현대, DL, SK, 대우 등 한국의 EPC들은 아세안에서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였다. 토목 및 건축분야, 플랜트, 철도 및 지하철 인프라 건설사업에서 중국과 일본, EU 등과 대항하여 입찰-설계-시공-감리 과정에서 현지 JV(조인트벤처) 합작회사와의 높은 시공 신뢰도를 갖고 있다.
건설사들이 도화, 삼우, 건화 등 글로벌 톱100 수준의 엔지니어링사 및 PMC 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일사불란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기술력, 안전성, 공정관리 분야에 특히 강하다. 최근 한국 건설경기가 많이 둔화되어 건설사들이 수출을 통해 최적점을 확보하려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기회가 많다고 본다.
*EPC는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이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사업 계약을 따낸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을 뜻한다.
■ 한국 건설, 신도시-인프라 해외 매출을 늘려야 숨통
Q. 한국의 신도시를 비롯한 인프라 사업이 아세안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는?
A. 한국 건설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뇌관이 된 셈인데 올해도 국내 여전사와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일부신탁회사의 자금조달 사정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경기실사지수(CBSI) 추이와 일부 1군 건설사를 비롯하여 특히 중견 및 지역업체들의 자기자본, 대출잔액, 여신비율(부실채권규모) 등 지표상 유의미한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해외 매출을 늘려야 건설업계의 숨통이 트인다. 해외 수주를 통해 건설사 미수금과 매출채권 등 재무적 부담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오프셋해야 한다.
Q. 아세안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믿나?
A. 맞다. 아세안에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2023년 해외건설수주 규모 약 309억 달러(약 44조 8,451억 7,000만 원) 중 중동이 90억 달러(약 13조 617억 원)에 이어 러시아, 중앙아시아, 서남아를 포함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수주 규모가 약 122억 달러(약 17조 7,058억 6,000만 원)로 가장 컸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371억1000만달러(약 54조원)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우디 아미랄 오일 리파이너리 플랜트와 자푸라 가스플랜트증설 사업 등 중동에서 실적이 좋았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시장에서 국내기업 반도체 및 배터리 공장 건설수주와 건설기성 (수주예정) 모두 포함하여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중동과 미국과 영국에서 잘 했기 때문에 실적 호조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 아세안에서 수주가 더욱 절실하다.
Q. 아세안 수주 기회가 절실하다고 하는데 좀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해달라
A.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 인프라-에너지-스마트시티를 비롯하여 페낭국제공항 확장사업과 경전철(LRT, light rail transit) 차량 사업 등 굵직한 사업이 즐비하다. 베트남의 경우 하노이 도시철도 3호선 완공과 8호선 예타 통과 등 인프라 사업과 하노이 지하철 2호선 깟린-하동(Cat Linh-Ha Dong) 노선 수주에도 기회가 있다.
하노이 동북부(30km 외곽) 삼성전자 공장이 위치한 박닌성에 국토부와 LH, KIND(해외인프라공사)가 베트남 지방정부와 도시개발 협력 프로그램(UGPP, Urban Growth Partnership Program) 협력하는 일환으로 동남신도시 도시개발사업도 시작 단계다. 베트남 북부권은 한국정부가 지난해 하노이 동남쪽 흥옌클린산단 사업을 잘 마무리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기에 기관 차원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본다.
다만 베트남은 원칙적으로 헌법상 토지사유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도시개발사업은 전형적인 내수사업임과 동시에 비과세 사업이기 때문에 토목 및 기반시설 공사를 제외하고, 현지 신도시 택지개발과 아파트 분양사업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민관협력 PFI/PPP 해외건설사업수주의 성패...국제적 역량+ 전문가사업 지원
Q.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A. 정부 실무진의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역량이 최우선이다. 영미권의 경우 전통적으로 건설사업관리 분야가 매우 전문적이다.
CM/PMC(건설 프로젝트 관리전문기업) 역량이 매우 강하다. WSP, 벡텔(Bechtel), 에이콤(AECOM), 터너앤드타운젠드(Turner & Townsend), 밸푸어 비티(Balfour Beatty) 등 굴지의 PMC들의 경우 공무, 기술기획, 발주, 예산, 엔지니어링, 재무, 법무, 대정부전략, 감리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구성하여 사업관리에 브레인 역할을 한다. 나아가 발주처 국가 자국 또는 파트너국가 정부기관 및 금융권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영미권에 다수의 건설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아시아권과 달리 PMC 등 민간기업 출신이 대부분이다. 전문학위 또는 면허와 건설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계약 및 조달 관련 법령 (Contract and Procurement Law) 및 주요 기업분쟁판례와 수백장에 달하는 입찰관련 서류(LOI, RFP, RFI, RFQ, IFB, ITB)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능가하기 위해서 전문지식과 현장경험이 입찰, 설계, 시공, 실시계획인가 및 준공승인 등 사업 전 주기에 마주할 난제들을 협상할 수 있는 지식과 영어실력이 필요하다. 공사과정에서 빈번한 설계변경(Value Engineering)과 공정관리(Phase Management) 프로세스를 이해하면서 실제 CPA(Critical Path Analysis) 스케줄을 분석하는 현장역량도 요구된다. 즉, 철저히 자국기업과 컨소시엄에 이익이 되는 전략을 활용하여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아세안 건설시장은 아주 뜨겁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아세안 10개국에서 수주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항상 건설수주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현장에서 EPC는 주공을 맡으며 정부는 근접항공지원 역할을 맡는다.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춰 주공과 근접항공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공격력이 배가되어 대형수주를 성공시킬 수 있다. 주공인 우리 기업이 아세안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건설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의 전문성이 절실할 때다.
김민수 인천-건설정책지원관은?
어린 시절부터 총 18년간 미국, 영국 런던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자카르타, 하노이, 두바이 등 글로벌 도시에서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도시와 도시를 이루는 사람과 비지니스를 연구, 글로벌 도시계획 전문성을 갖췄다.
영국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바틀렛에서 건설경영학 학사와 도시개발경제학 석사를 졸업했다. PwC, 삼성전자 해외사업부, 현대모비스 중동총괄 정보기획PM 등 다국적 기업의 인프라사업 프로젝트 경험을 쌓아 2019년 공직에 입직했다. 부산시 도시계획 정책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인천시의회에서 건설정책지원관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