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6호 펀드 8조 약정…"성과 넘어 PEF 책임 투자" 강조 [시그널]

MBK파트너스가 올해 연차총회에서 ‘책임 투자’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책임 경영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커진 만큼 투자 전 과정에 걸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사업화가 가팔라지고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PEF 성장세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해 AI와 일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시장을 새해 핵심 투자처로 지목했다. 지난해부터 조성하고 있는 6호 블라인드 펀드는 8조 원 규모의 출자를 약정받았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17~18일 서울에서 연차총회를 개최하고 펀드 운용 성과를 보고했다. 김병주 회장과 윤종하·김광일·부재훈 부회장 등 MBK파트너스 주요 임원이 자리한 가운데 글로벌 출자자(LP)와 포트폴리오 기업 대표, 국내외 IB·금융기관 관계자가 다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주요 투자 지역인 한국·중국·일본 3개국에서 돌아가며 연차총회를 연다. 지난해에는 일본 도쿄에서 총회를 개최해 포트폴리오 현황을 설명하고 향후 투자 방침을 밝혔다.

올해 총회의 주요 화두는 사회적 책임 강화였다. 김 회장은 “재무적 투자 성과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투자자의 역할은 자본 공급을 넘어 위기 시 기업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사회적 책임을 경영 3대 원칙에 포함해 단기 수익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신뢰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회적책임위원회를 설치하고 홈플러스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시행했다”며 “경영진 개인의 사재 출연과 보증 등을 통해 임직원과 협력 업체 등에 대해서도 지원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조성을 추진한 제 6호 바이아웃 펀드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자에게서 55억 달러(약 8조 원) 상당의 출자를 최종 약정받았다. 주요 LP 중 80%가량이 이번 펀드에 재출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의 올해 신규 투자 규모는 29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로 아리나민제약·FICT·고려아연 등의 기업에 투자금을 집행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올해 24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를 출자자에 분배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투자 키워드로는 AI, 일본 시장, 헬스케어, 소비자 산업, 사모채·하이브리드 금융이 제시됐다. AI 산업에서는 기술 사업화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출현하고 있고 일본 시장은 최근 성장률이 가파르다. 일본 PEF 시장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31.2%로 집계되는데 이는 미국(27.1%), 유럽(21.7%) 등 주요 시장을 앞선다. 일본 정부가 2010년대 중반부터 내세운 기업 지배구조 개혁(CGC) 정책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진 효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의 일본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인수 후 매출이 1.5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5배 성장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메자닌(주식과 채권 중간 형태의 상품)과 같은 비전통 자본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는 고금리와 유동성 제약 환경 속에서 전환사채(CB)·교환사채(EB)를 비롯한 사모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크레디트 전문 투자사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또 올해 연이은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국 사모 투자 시장에서는 여행·레저, 에너지, 자율주행, 디지털 인프라 등의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자체적인 AI 전환(AX) 노력도 강화한다. MBK파트너스는 전사적 AI 통합 플랫폼 ‘프로젝트 아테나’를 통해 투자 전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프로젝트 아테나의 활용 사례는 월 2만 건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