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지도는 해외 여행이나 출장길에서 유용하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만 깔면 초행길도 문제 없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국내에서 사용이 제한된다. 관광 정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구글 지도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관광객 불편 해소는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구글의 지도 데이터 재반출 요청을 두고 말이 많다. 구글은 잊을 만 하면 우리나라 고정밀 지도를 확보하려고 한다. 벌써 세 번째다. 어떤 이는 '그까지 지도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반문할 지 모른다.
고정밀 지도는 우리의 전략자산이다. 백번 양보해서, 구글이 한국에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설치한다면 줘도 무방하다. 우리 정부의 실효적 컨트롤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외반출이 될 경우 우리 정부 손을 떠나게 된다. 안보 또는 민감한 외교적 표기 문제에 대해 구글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순순히 따를 것인가. 우리나라는 분단 국가다. 평화로운 북유럽 국가와 처지가 다르다. 지정학적 요충지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 정말로 지도가 필요하다면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고, 위치기반서비스를 하는 게 맞다.
또 한 가지 포인트는 기업 시민으로서 구글의 역할과 의무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게 세금과 죽음이다. 법인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에 맞게 세금을 내고 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에 비해 현저히 적다. 싱가포르 일본 등 아태 주요국을 통해 절세를 하고 있다. 물론 위법성을 다툴 수 없어 국세청, 기획재정부가 가만있지 않을까(?). 법인세 규모는 지방 중소기업 수준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막대한 영향력과 매출을 감안할 때 상식적이지 않다.
망 이용대가는 어떤가. 유튜브는 한국인의 콘텐츠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지 오래다. 유튜브 뮤직도 토종 기업 1위 멜론을 제치고 음악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왜 지금인가'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우방국이다.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도 외교 안보 국방 분야에서 철통 연대는 굳건했다. 하지만 관세 전쟁 앞에서 이 같은 인식에 금이 갔다. 트럼프 대통령 주연의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영화 속에서 소위 우방국들은 조연도 아닌 지나가는 행인3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상호관세 25% 적용이 발표됐다. 절대적 힘의 열위 상황에 높인 우리나라로서는 협상 카드가 많지 않다. 주한 미군 방위비 인상 요구도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전전긍긍한다.
지도 논란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힘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예외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특혜가 될 수 있다. 지도 까지 내 준다면 디지털 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국민들은 구글로 검색하고, 페이스북으로 소통한다. 왜냐하면 자국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아직 네이버로 검색하고, 카카오톡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지도는 T맵 또는 카카오를 사용한다. 향후 10년 후 모습은 어떨까. 넷플릭스 OTT로 방송을 시청하고, 유튜브로 검색하지 않을까. 만약 지도까지 반출된다면 구글 지도가 위치기반서비스까지 장악하게 된다.
차기 대통령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외국 OTT 기업이 요금을 50% 올려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미국 눈치를 보면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방통위의 구글 애플에 대한 인앱결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일본 라인 사태도 우리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stone201@etnews.com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