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율 관세 전쟁과 함께 미국에선 빅테크 기업을 향한 반독점 소송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메타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간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소셜미디어 시장을 독점했다는 혐의로 마크 저커버그 CEO가 직접 법정에 섰다. 지난주 구글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도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계약에 대해 반독점 위반 판결이 내려졌다. 아마존 역시 6월에 첫 반독점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배력 이슈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은 빅테크 기업들에 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 공급망 불안을 유발하며 주가 하락과 경영 리스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압박의 대상이 막대한 기부금과 정치적 지지를 쏟아부은 빅테크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당근과 채찍'이란 양면 전략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반도체, 서버,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기술 분야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려는 친기업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 바이든 전 대통령의 AI 행정명령을 '규제의 대못'으로 규정하며 이를 철회시켰다.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한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를 통해 AI 기술 패권 강화를 천명했다.
동시에 경쟁국인 중국의 AI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 'AI 동맹'을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 중국산 AI 모델 사용 금지 가능성까지 논의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빅테크 기업들이 추진해 온 경쟁사를 '사서 없애는 전략(buy than compete)', 디폴트 계약, 플랫폼 내 우대 정책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양면 정책은 단기적으로 기업 활동에 혼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비즈니스 생태계의 구조적 재편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정책 환경 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AI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과거처럼 플랫폼 중심으로 외형을 확장하기보다는, 자체 AI 기술을 내재화(예: 에이전틱 AI, AI 비서, 생성형 콘텐츠, 의료 AI)해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메타는 생성형 콘텐츠와 추천 알고리즘에 집중하고 있으며, 구글은 AI 기반 검색모델과 대화형 에이전트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고, 엔비디아는 GPU 독점 구조 방어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로 사업 다변화를 시도 중이다.
결국 AI 기술 자체를 중심에 둔 전략 전환이 가속화되며, 플랫폼 기반의 지배 구조는 약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AI 특화 스타트업에 새로운 시장 진입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으며, 빅테크들도 생존을 위한 기술 혁신과 스타트업과의 협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시장 재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AI 산업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우리는 지금 외국 AI 기술(남의 심장)을 단순히 가져다 쓰고 있다. 이제 AI 기술의 활용을 넘어 개발·통제(관리감독)·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자립 기반을 구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단순한 기술 독립이 아닌, 데이터·알고리즘·반도체·클라우드 전반에 대한 전략적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AI 비즈니스 주권'이며, 지금 우리가 가장 시급히 논의해야 할 국가 과제다.
최은수 aSSIST 석학교수·인텔리빅스 대표·CES2025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