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유엔 조사위원회(COI)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고위층이 이를 선동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비 필레이 유엔 피점령 팔레스타인 지역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가자에서 집단학살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 참혹한 범죄에 대한 책임은 거의 2년에 걸쳐 팔레스타인인들을 파괴하려는 의도로 학살적 전쟁을 지휘한 이스라엘 최고 당국자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72쪽 분량의 법률 분석 보고서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 구호 차단, 강제 이주, 산부인과 파괴 등을 근거로 들며 이스라엘이 1948년 채택된 집단학살 범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이 규정한 5가지 행위 중 ▲살해 ▲신체·정신적 중대한 위해 가하기 ▲생존 불가능한 조건 강요 ▲출산 방지 조치 등 4가지를 범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스라엘은 위원회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지만 보고서는 피해자·목격자·의료진 인터뷰, 위성사진 분석, 검증된 공개 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2023년 11월 군인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가자 작전을 구약성서의 "전면적 전멸의 성전"에 비유한 발언 등을 '학살적 의도의 직접적 증거'로 명시했다.
필레이 위원장은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때와 매우 유사하다"며 "피해자를 비인간화, 사실상 짐승으로 여긴 뒤 양심의 가책 없이 죽일 수 있다고 여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위원회는 독립기구로, 유엔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유엔은 아직 공식적으로 '집단학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네바 주재 이스라엘 대표부는 "위원회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며 반박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진행 중인 집단학살 소송에서 이를 전면 부인하며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사망자 1,200명, 인질 251명)에 대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래 누적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 4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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