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크루즈선 급습, 필리핀 선원 추방한 미국···증거도 기소 절차도 없었다

2025-09-15

이민당국 ‘아동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 연루’ 주장

인권단체 “증거 제시 없었고 변호사 접견도 불허”

“불법 이민자 추방 할당량 채우려 아시아계 겨냥”

미 이민당국이 자국에 정박한 크루즈를 급습해 필리핀 국적 선원을 연이어 추방했다. 미 당국은 이들에게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민단체는 증거 없이 무리한 이민 단속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반발했다.

미국 지역언론 볼티모어선은 14일(현지시간)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 회원 30명가량이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 ‘카니발 크루즈 라인’ 해운회사 터미널 앞에서 크루즈 선원 추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부(CBP) 요원은 지난달 17일 버지니아주 노퍽 항구에 정박한 크루즈선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공유한 단체 대화방 연루 혐의로 필리핀 노동자 4명(남성 3명·여성 1명)을 체포한 뒤 추방했다. 이들은 미·영 해운회사 카니발 크루즈 라인이 운영하는 ‘카니발 선샤인호’에서 식당 점원, 세탁소 직원, 승무원, 항해사 등 역할을 했다.

체포된 이들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미 이주민 인권단체 필리핀노동자센터(PWC)에 따르면 미 당국은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기소 절차를 밟지 않고 추방을 강요했다. 이들에게 변호사 접견도 허용하지 않았다.

체포된 필리핀인들은 모두 선원이 발급받는 선원·항공기 승무원 비자(C1/D)을 갖고 있었지만, 미 당국의 추방 조치로 인해 이 비자가 취소됐다. 향후 10년간 입국 금지 처분도 받았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노퍽항에 있던 같은 크루즈선에서 다른 필리핀 선원도 체포됐다. 이어 위스콘신주 디트로이트항에 있던 ‘빅토리 크루즈 라인’ 소유 크루즈선에서도 아동 성착취물 연루 혐의로 필리핀 선원들이 체포됐다. PWC는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필리핀 국적의 크루즈선 노동자 100명 이상이 미국 항구에 정박해있을 당시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돼 추방된 것으로 추산했다.

추방된 일부 선원들은 미 당국으로부터 자백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언론에 증언했다.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미국계 크루즈 회사에 다니다가 순식간에 입국을 금지당한 선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소리아노 베르소자 PWC 대표는 이민 당국이 불법 이민자 추방 할당을 채우기 위해 아시아계 선원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하루 3000명, 연 1000만명의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해운사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세계 상선 선원 중 25%~30%는 필리핀인이다. 해운사들은 비교적 낮은 인건비와 필리핀의 관광 특화 교육, 원활한 영어 소통 등의 장점을 이용해 이 나라 출신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다.

필리핀 선원 단체인 국제선원행동센터(ISAC)는 성명을 내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7월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음에도 관련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을 규탄한다”며 “미국과 필리핀 정부, 크루즈 회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는 국제 노동 협약에 따라 선원의 존엄성과 권리, 법적 보호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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