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문화재단은 19일 경기문화재단 아트홀에서 ‘20세기 무명의병 21세기에 어디에 둘 것인가’ 라는 주제로 '바깥포럼 1895'를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20세기 민족정신과 순국선열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21세기 경기도 무명의병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MC유성(작가 유홍일)의 사회와 김광식 교수(서울대 기초교육원), 한상원 교수(충북대 철학과)가 대담자로 나선 가운데 역사, 문학, 예술, 철학에 관심있는 도민, 예술가, 역사학자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21세기 무명의병의 인문학적 의미 ▲무명의병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이유 ▲목숨을 건 의로운 행위는 어리석은가 ▲의로운 연대로 이끄는 법 등의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김 교수는 21세기 무명의병의 인문학적 의미를 ‘의로움’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근대화로 인해 경제와 정치 시스템이 삶을 지배하면서 삶의 의미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에서 의로운 행동은 비합리적이고 어리석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를 인용하며 "현대 사회가 돈과 권력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면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기보다 경제적 성공만을 목표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리석은 사람’을 의로운 연대로 이끌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이성적인 대화를 지속해야한다"며 "삶을 단순히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번째는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며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의로움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원 교수는 "무명의병 하면 흔히 애국과 보훈을 떠올리지만, 이들을 단순히 국가를 위해 싸운 존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억압받는 사회 집단이 자기 해방을 이루려 했던 주체적인 행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은 단순히 나라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와 사회를 건설하려는 의지를 가졌던 존재였다"며, "무명의병의 행위를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사회 변혁을 위한 실천적 행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무명의병들은 특정한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이 보여준 초인적인 의지와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경제적 성공과 직결시키는 과정에서, 무명의병과 같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비합리적인 것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21세기 무명의병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21세기의 무명의병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여러분"이라며, "여러분이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명의병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 자체가 무명의병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21세기 무명의병을 '사회적 불의에 맞서 연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는 누구나 취약한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돌봄과 연대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 사회에서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등과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무명의병 정신을 현대적으로 조명하며, 돈과 권력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의미를 되찾고, 연대를 통해 공존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