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난항을 겪는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이 존속 위기에까지 내몰린 모습이다. 캐롯손해보험(이하 캐롯손보) 문효일 대표는 지난달 27일 캐롯손보를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에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캐롯손보 뿐만 아니라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은 지속된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비대면 및 미니보험 위주의 영업이 한계를 드러내는 모양새다. 이에 일부 디지털 보험사는 장기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도 엿보이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디지털 보험사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효일 캐롯손보 대표이사는 지난달 27일 캐롯손보를 대주주인 한화손보에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캐롯손보의 지분은 한화손보 59.67%, 티맵모빌리티 10.74%, 현대자동차 2.5%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사모펀드 지분도 약 27%에 달한다.
문 대표가 캐롯손보의 한화손보로 흡수합병을 공식화한 배경으로는 앞서 불거진 매각설을 일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에는 2019년 출범한 캐롯손보가 6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실적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캐롯손보는 출범 첫 해인 2019년 91억원의 적자를 낸 이래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662억원 적자로 당기 순손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 또한 악화했다. 캐롯손보의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56.24%로 전 분기(189.44%) 대비 33.2%포인트(p)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기긴 했지만, 2022년 말부터 2년 연속 악화하는 추세인 점이 눈에 띈다.
캐롯손보를 비롯해 국내 디지털 보험사들은 일제히 지속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주요 디지털 보험사 5곳(교보라이프플래닛·캐롯손보·카카오페이손보·하나손보·신한EZ손보)의 지난해 당기 순손실은 총 1천882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말(-2천185억원)에 이어 여전히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페이손보의 당기 순손실은 373억원에서 482억원, 신한EZ손보는 78억원에서 174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14억원에서 256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같은 상황에 이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하는 등 재무건전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설립된 이래 지난해까지 모회사인 교보생명에서 7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3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았다.
카카오페이손보는 2023년 모회사 카카오페이로부터 1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고, 신한EZ손보도 지난달 신한금융지주에서 같은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이처첨 디지털 보험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된 이유로는 비대면 영업의 한계와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 등이 짚인다. 이와 함께 보험사가 본질적으로 인지산업이라는 점과 보험업 진출에 앞서 충분한 사전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 등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난항을 겪는 주된 이유로는 비대면 및 미니보험 위주 영업의 한계를 들 수 있다"며 "현재 IFRS17 회계제도 하에서는 CSM(계약서비스마진)이 중요한데, CSM은 장기보험에서 유리하게 산출되는 만큼 미니보험은 실적개선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은 본래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인지산업으로, 비대면채널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추세"라면서 "디지털 보험사들이 기존 대형 보험사들과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당초 디지털보험 시장에 진입할 시점에 해당 사업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도 디지털 보험사가 고전을 겪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디지털 보험사 중 하나손보의 경우는 미니보험 위주 영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장기보험 위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하나손보는 기존 자동차보험 중심에서 탈피해 장기보험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방향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개선과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 부임한 삼성화재 출신 배성완 대표가 추진해 온 장기보험 중심의 성장 기반을 더욱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하나손보는 올 초 대표이사 산하에 보상서비스본부를 신설하고 삼성화재 출신의 임규삼 상무를 보상서비스본부장에 선임했다.
하나손보는 새 부서 신설에 대해 자동차보험 및 장기보험 보상 부문에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보험상품과 서비스 개선을 원스톱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앞으로 디지털 보험사들의 숨통이 틔기 위해서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해외 및 신기술 발전 추이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채널이 보험판매의 주력 판매채널로 떠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디지털 보험사들이 그때까지 버티려면 자본 여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업황상 녹록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디지털 보험사 육성을 위해서는 이들 보험사에 보다 부합하는 제도개선을 발굴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