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엔씨소프트가 위기 탈출을 위해 유동성 확대에 나선다.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인 만큼, 유동성을 확대해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업계는 경영 효율화 작업과 재무 안정성 확보 작업이 착실히 진행된 만큼, 신작 흥행에 성공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지속 중이다. '재무통' 박병무 엔씨 대표가 이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김택진 엔씨 대표가 모셔온 '재무통'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수합병을 담당한 것을 시작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뉴브리지캐피털(현 TPG 아시아펀드) 한국대표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보고펀드 공동대표이사 △VIG파트너스 대표이사 등의 굵직한 이력을 지녔다.
박 대표가 입사한 후 엔씨는 다양한 경영 쇄신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AI, 게임 사업 등의 분사와 인력개편 등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본사 인력은 약 5100명에서 3000여 명으로 감소헀다.
조직개편을 마친 박 대표는 곳간을 채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현금 확보를 위해 단기금융상품을 매각했다. 단기금융상품은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한 금융상품이다. 2023년 1조1674억 원이었던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1782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현금및현금성 자산이 크게 증가했다.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1조260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3651억 원) 대비 245%나 증가한 수치다.
현금은 IP 확보를 위해 활용될 방침이다.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연간 600억~700억 원 수준의 금액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부분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엔씨 관계자는 "자사는 안정적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신규 장르에 대한 IP 및 퍼블리싱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0만 원이 넘어섰던 엔씨의 주가는 이 날 14만 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에 엔씨는 공격적인 기업가치 제고 공약을 내세웠다. 2027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0%를 현금 배당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으며, 지난 달 24일에는 127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 많아진 만큼, 해당 작업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AI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기대된다. 엔씨는 일찍이 AI 사업에 대한 기술 개발을 진행했으며,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바르코도 출시했다. 바르코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모델로, 게임 산업에 특화된 솔루션이라는 것이 엔씨의 설명이다. 엔씨는 바르코를 활용해 B2B 사업에 진출하는 등 수익화도 꾀하고 있다.
엔씨는 추후에도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강남N타워을 빗썸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삼성동에 위치한 전 사옥 매각도 진행 중이다.
엔씨가 이후 출시를 예고한 신작은 △아이온2 △LLL △택탄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스 등이다. 기존까지 MMORPG에 한정됐던 라인업과 달리 슈팅, RTS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또한 자체 개발 뿐만 아니라 퍼블리싱 라인업도 확대하며, 속도감 있는 신작 출시 체제를 구축 중이다.
업계와 증권가도 엔씨가 신작 흥행에 성공해야 반등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지난해 다양한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 만큼, 신작 매출만 더해진다면 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MMORPG 장르에 대해서는 엔씨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아이온2가 출시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