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 쓰세요?” 요새는 어떤 모임을 가든 이 질문을 받는다. 물론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창작에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인공지능이 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업무 도구로 떠오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테다. 게다가 식단을 짜주거나 감정을 위로해주는 기능도 있으니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모양새다. 분노에 찬 업무 메일의 뉘앙스를 다듬어 달라고 요청한다는 증언들은 제법 귀엽기도 하다.

현재의 거대언어모델을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약 인공지능을 넘어 강 인공지능, 혹은 일반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질문이 있고 전문가들도 갈리는 답변을 내놓지만, 먼 곳을 보기 전에 일단 발등부터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2025)가 당부하는 바다. 저자는 약 인공지능만으로도 어떤 인간적 가치는 부서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미 변화를 겪은 바둑의 예시를 탐구한다. 인생을 은유하며 예술성을 지닌다고 여겨졌던 바둑은 이제 인공지능과의 일치율을 기준으로 줄을 세우는, 적어도 초반 포석은 암기력으로 승부하는 스포츠가 됐다. 한편에는 바둑의 ‘민주화’와 저변 확대가 이루어진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들도 있다.
“결과물의 질이 뛰어나더라도 내가 주체가 아니라 보조 인력이라고 느낀다면 나는 ‘내 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된다. (…) 나는 AI 시대가 공허의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한다. 평범한 인간들이 가치를 잃어버리고,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결국 문제는 인간이 설정한 가치의 변화에 있다. 내 일의 개인적인 의미, 재미, 사회적 의의가 유지될 수 있을까? 저자 역시 ‘모른다’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누구든지 그러할 테지만, 이 새롭고 강력한 도구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가치가 과연 그만큼 튼튼한 것인가를.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