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발 사용하는 늑대?... 그물 건져내 미끼 '냠냠'

2025-11-30

야생 늑대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외래 침입종을 잡기 위해 설치한 통발을 물 밖으로 건져내더니 그 안에 든 미끼를 정확하게 꺼내 먹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 주립대 환경생물학과의 카일 아텔 조교수는 야생 늑대가 통발(덫)의 줄을 잡고 물 밖으로 꺼내 먹이를 먹는 모습을 확인하고 이 사례를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에 게재했다.

이 사례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중부 해안에서 관찰됐다. 이 주역 원주민 공동체는 환경 관리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유럽 꽃게'(European green crab)를 잡기 위해 물가에 통발을 설치해 뒀다.

설치된 통발은 종종 부서진 상태로 발견됐는데 주민들은 곰 같은 맹수가 미끼를 먹기 위해 물로 헤엄쳐 들어가 망가뜨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물이 손쉽게 헤엄쳐 들어갈 수 있는 얕은 물에 설치된 통발뿐 아니라 깊은 물에 설치된 통발까지 망가진 채로 발견되자 연구진은 범인을 찾기 위해 동작 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했다.

연구진은 당초 수달이나 물개가 물속에서 망가뜨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카메라에 포착된 동물은 암컷 야생 늑대였다.

늑대는 헤엄쳐 깊은 물까지 들어갔다. 이후 통발과 연결된 부표를 물더니 그대로 물 밖으로 나왔다. 줄을 당겨 물 밖으로 통발을 꺼낸 늑대는 그물을 뜯고 그 안에 담긴 미끼통에서 청어 조각을 꺼내 먹었다.

늑대가 어떻게 통발 안에 먹이가 있는 것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아텔 조교수는 “사람들이 배에서 통발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그 존재를 인식했을 수도 있고, 얕은 물에서 통발을 건지다가 점점 더 깊은 물까지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아텔 조교수는 “물에 잠긴 덫을 끌어내는 늑대의 행동은 매우 의도적으로 보였다. 마구잡이로 잡아당기지도, 놀이처럼 보이지도 않았다”면서 “늑대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련의 행동이며, 인간이 하는 방식과 같은 문제 해결이다. 늑대가 도구를 사용하는 최초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영장류 동물행동학 연구의 선구자 제인 구달이 1970년 침팬지의 도구 사용을 기록한 이래로 많은 연구를 통해 돌고래, 코끼리, 새 등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기록으로 '늑대도 도구를 사용한다'라고 판단해야 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는 아텔 조교수의 주관적 의견이다. 일부 정의에서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해야 도구 사용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아텔 조교수는 “사람도 노트북을 직접 만들어 쓰진 않는다”며 도구 사용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동물 행동 전문가이자 진화생물학 명예교수인 마크 베코프도 아텔 조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향후 연구가 더 진전되면, 다른 늑대들도 밧줄 사용법을 배우고, 이러한 행동이 개체군 내에서 전승되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심리학과 강사인 브래들리 스미스는 “늑대의 이 행동은 딱히 진보한 사례가 아니다. 도구 사용으로 정의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런 행동은 늑대의 고차원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도구 사용에 얽매여 연구의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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