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모우쇼

2025-08-15

섭씨 41.8도. 지난 8월 5일 일본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7월 30일에 41.2도를 기록하면서 5년 만에 최고 기온을 바꿨다고 화제가 됐었는데 1주일도 안 돼 또다시 기록을 깬 것이다. 일본어로 폭염은 맹서(猛暑)라고 쓰고, 모우쇼라고 읽는다.

41.8도의 기온은 사람의 체온보다 훨씬 높은 거의 목욕탕 온도 수준이다. 계속 탕 속에 있는 것 같은 모우쇼로 인해 연일 열사병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일본에서는 35도를 웃도는 날을 모우쇼비(猛暑日)라고 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사건처럼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그냥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고 조만간 모우쇼비의 기준이 40도가 될지도 모른다.

매년 8월에 열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대회 이른바 ‘고시엔’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2부제를 도입했다. 가장 더운 낮을 피해 아침과 늦은 오후에 경기를 하는 것이다. 고시엔은 아사히신문이 주최하기 때문에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필자도 15년 전에 취재한 적이 있다. 그늘에 있는 관중석에서 취재하는 것만으로도 더워서 쓰러질 것 같았는데, 선수들은 어떻게 강한 햇볕을 받으면서 경기를 치를 수 있나 신기했다. 그런데 갈수록 더위가 심해지고 있다.

야구는 연장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다. 2부제로 시합을 하다 보면 규정된 시간에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 때도 있다. 이럴 경우 선수는 물론 응원하는 사람들도 열중하다가 갑자기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2부제로 경기를 진행해도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선수가 나오는 마당에 경기 중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시엔은 프로야구 못지않게 인기가 많다. 여름 휴가 시즌에 맞춰 대회가 열리는데, 이런 ‘살인 더위’ 속에서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개최 시기를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고시엔은 지방대회에서 우승한 팀들끼리 겨루는 대회다. 올해는 전국 3396개 학교가 지방대회에 참가했고, 고시엔에는 49개 학교가 올라왔다. 지난해 우승한 한국계 일본학교 교토국제고는 올해도 고시엔에 올랐다. 한국계 학교가 우승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큰 화제가 됐었다. 교토국제고를 응원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야구팬들도 있을 것이다. 부디 모우쇼를 조심하길 바란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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