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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사진3: 순두부
사진4: 정갈한 반찬
[울산저널]임다솜 기자= KTX 울산역에는 늘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있다. 이번 APEC 정상회담으로 역에도 활기가 차오른다. 신라의 고도 경주는 울산과 멀지 않은 곳으로 유적이 주는 장엄함과 현재의 활력이 교차하는 도시다. 경주 APEC을 맞아 울산의 맛보다는 경주의 맛과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경주가 오랜 시간 지켜온 ‘진심’을 담은 맛, 그리고 그 진심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 바로 택시 안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2025년 10월, 아름다운 경주는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화려한 행사와 주요 국제회의로 분주했던 4일, 경주 시민들은 세계 정상들을 맞이하며 도시 전체가 축제와 긴장 속에 있었다.
회의 마지막 날 밤, 외신 기자단이 주점이 밀집한 경주 시내 골목을 찾아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한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 취재진이 묵는 울산 롯데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는 잡히지 않고 30분이 넘도록 헛걸음만 하던 중, APEC 관람을 온 울산택시 오늘의 기사가 기자를 태워 모셔다드렸다고 한다.
외국인 기자가 추위에 택시를 잡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외면할 수 없었다는 기사는 “제가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어차피 가는 방향이랑 비슷하니 태워다 드리겠습니다.”라며 기자들을 태웠다. 기자들이 요금을 주겠다고 하자 기사는 요금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APEC 기간 동안 외국에서 오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었어요.”
호텔에 도착해서도 기자들이 내미는 택시비를 기사는 받지 않았다. 대신 “우리나라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라는 짧은 부탁만 했다 한다. 일행 중 한 명이었던 프랑스 기자가 번역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얼굴을 만났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내렸다고 한다.
화려한 국제 행사 뒤에는 애국심을 가진 국민의 진심 어린 작은 친절이 있다. 이것이 바로 경주가 전 세계에 선보인 가장 훌륭한 ‘K-컬쳐’이자, 손님을 대하는 한국인의 K-감성이었다.
경주의 맛 맷돌순두부, 느림의 미학이 담긴 정성
“관광객 입맛 말고, 진짜 경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강한 식사 장소를 추천해 드릴께요. 든든하고 속 편한 곳이요.”
60대 초반의 기사는 보문단지 입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목적지를 알려줬다.
“맷돌순두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시죠. 경주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입니다.”

기사는 차창 밖 풍경을 설명하며 순두부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이 맷돌순두부가 딱 경주의 ‘느림의 맛’입니다. 급하게 만들 수가 없어요. 새벽부터 맷돌로 콩을 갈고, 가마솥에 끓이고, 간수 넣고 응고시키는 과정 전부가 손이 가야 합니다. 맷돌로 갈면 콩의 기름기가 덜 빠지고, 거친 입자 속에서 콩의 단맛이 은은하게 살아나요. 경주 사람들은 그 순하고 맑은 맛을 알죠.”

숟가락으로 순두부를 푹 떠서 입에 넣으면 지극히 담백하고 깨끗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몽글몽글한 조직감은 입안에서 실크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텁텁함이나 비린내가 전혀 없이, 오직 콩의 깊은 고소함만이 목을 타고 넘어온다. 순두부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콩을 맷돌로 갈고, 불을 조절하고, 간수를 맞추는 모든 과정에 깃든 장인의 오랜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음식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굳건히 지켜온 전통적인 제조 방식, 그 소박하지만 강력한 정직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경주가 천년의 시간을 견디고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는 비결은, 오늘 만난 택시 기사의 진심처럼, 이처럼 소박하지만 깊은 정성을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쉼표가 필요할 때, 경주로 향해 따끈한 순두부 한 그릇 먹는 것도 추천해본다. 손님을 향한 뜨거운 정과, 콩 한 알에 담긴 순수한 정성이 만들어낸 경주의 두 가지 맛은, 우리에게 가장 뜨겁고도 순수한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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