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킥스 비율' 20% 떨어진다 … 2.3조 포테그라 인수 뒷말

2025-10-14

'무리한 베팅' 논란

자기자본 28% 몰빵

예비유동성 축소 우려

주주환원 강화 속 무리한 현금인수는 재무적 모순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DB손해보험은 지난달 미국 손해보험사 포테그라(Fortegra)를 16억5000만 달러, 2조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단일 인수로는 손보업계 최대 규모다. 회사는 "자체 보유자금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며 재무건전성에 자신을 보였지만, 평가는 갈린다. 실제 수치는 그만큼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는 자기자본의 28%를 한 번에 소진하는 초대형 현금 지출이며, 그 결과 K-ICS(킥스) 비율이 최대 20%포인트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무리한 베팅, 리스크 확대, 착시, 유동성 경고음 등의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K-ICS는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 여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DB손보의 2025년 6월 기준 킥스비율은 213.3%로 업계 평균(약 190%)보다는 높지만, 인수 완료 시 190%대 초반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이 수치는 규제기준(100%)보다는 높지만,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할 경우 빠르게 하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즉, 현금 여유는 있어도 ‘규제 여력’은 빠듯한 상태다.

DB손보는 인수 자금을 모두 내부 유동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는 단기 차입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예비 유동성을 급격히 축소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손보사는 사고 손해율 변동, 금리 급등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단기 현금 유출이 돌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번 인수는 그 완충 장치를 스스로 줄이는 셈이다.

NICE신용평가는 "신용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이 판단은 ‘현재 시점의 자본비율’에 근거한 정태적 평가일 뿐, 인수 이후의 유동성 구조 변화까지 충분히 반영한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리스크는 ‘숫자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다. 킥스비율이 일시적으로 양호해 보여도, 그 안의 구성요소가 고정자산 비중 증가, 현금성 자산 감소, 자본비용 상승으로 변하면 실제 지급여력은 훨씬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거래가 ‘전액 현금 인수’라는 점이다. 해외 보험사 인수에서 통상적으로는 일부 차입금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병행해 자본구조를 분산한다. 그러나 DB손보는 “현금 동원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오히려 유동성을 일시에 소진하는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자본비율은 낮아지고, 현금 여력도 줄어드는 ‘이중 압박’에 놓이게 된 셈이다.

물론 포테그라의 특수보험(스페셜티)은 매력적이다.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익은 시간을 두고 검증되어야 할 미래의 가능성이고, 킥스 하락과 유동성 축소는 현재의 확정된 사실이다. 지금 DB손보의 자본운용 기조는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자, 단기 재무안정성을 담보로 한 모험에 가깝다.

보험사의 경쟁력은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체력’에 있다. 이번 인수는 DB손보의 체력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재무여력이 우수하다는 말은 맞지만, ‘여력’은 쓰는 순간 줄어드는 자원이다.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해외 확장의 명분이 아니라, 그 뒤에서 조용히 낮아지는 킥스비율과 유동성 커버리지의 선이다. 확장은 가능하되, 체력이 무너지면 지속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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