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이 시행된 지 이틀 째, 종료를 앞뒀던 경기가 판정 번복으로 조금 길어졌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LG가 롯데에 5-3으로 앞서있던 9회초에 상황이 벌어졌다. 2사 2루에서 롯데 손호영이 상대 마무리 유영찬과 씨름하고 있었다.
풀카운트에서 손호영이 유영찬의 6구째 볼에 배트를 내다가 멈췄다. 처음에는 스윙으로 판정되면서 세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고,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마운드에 있던 유영찬도 투구를 마치고 내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손호영은 체크스윙과 관련해 어필을 했고 롯데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판독 결과 노스윙인 것으로 판정이 번복됐고 손호영은 다시 타석에 섰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LG 선수들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손호영은 9구째 접전 끝에 기어이 볼넷을 얻어내 걸어나갔다.
포수 박동원이 마운드에 올라 유영찬과 대화를 했다. 자칫 투수가 더 흔들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유영찬은 볼카운트 2B-2S에서 롯데 고승민을 3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유영찬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긴장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그냥 내 공을 던지려고 했다”라며 “마지막에 슬라이더 사인이 나왔는데 상대 타자가 계속 커트를 해서 그냥 치라는 마음으로 던졌는데 그 볼이 좀 높게 가서 아쉬웠다”라고 돌이켜봤다.

유영찬은 의외로 덤덤했다. 그는 “새로운 제도가 생겼다 정도의 생각으로 판독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윙이면 끝나는 거고 스윙이 아니면 내가 다음 공을 던져야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했다.
투수로서는 긴장감이 풀렸다가 다시 집중력을 올려야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영찬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 명의 타자를 더 상대하긴 했지만 유영찬은 결국 웃을 수 있었다. 8월 무실점 행진도 계속 이어갔다. 유영찬은 “비결은 따로 없고 똑같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잘 던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던지자고 볼의 목표를 향해 정확하게만 던지자라고 하는 생각이 주효한 것 같다”고 전했다.
LG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유영찬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 섣불리 한국시리즈에 대한 그림도 그리지 않는다. 그는 “아직 시즌이 안 끝났고 많이 남았다. 언제 뒤집힐 지 모르고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른다”라며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