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건’ 혹 떼려다 혹 붙인 대법원?···높아지는 “선거개입 의심” 비판

2025-05-04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판결하자 사법부를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선거 개입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 처리 절차 공개하라” 신청 폭주…‘초고속 판결’ 후폭풍 — 4일 오후 4시까지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의 ‘정보공개청구 게시목록’에는 ‘사건번호 2025도4697(이 후보 선거법 사건 상고심)’ 관련 정보공개 청구 신청이 2만1000건 이상 접수됐다. 신청인들은 “(사건 처리 속도가) 매우 이례적이며, 절차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대법관들의 사건 기록 열람 일시와 범위 등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의 이 사건 처리 속도가 너무 빨라 대법관 전원이 7만 쪽에 이르는 사건기록 전체를 읽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하면서 사건 처리 절차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후보 사건이 접수된 지 34일 만, 전합에 사건을 올린지 9일 만에 이 사건을 선고했다. 통상 상고심은 사건이 접수되면 먼저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에서 논의를 하다가 결론이 나오지 않을 때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데, 이 후보 사건은 지난달 22일 대법원 2부에 배당되고 약 2시간 만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2명도 판결문에 ‘설득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지적을 남겨 대법원이 무리하게 속도를 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한편에선 파기환송심 선고도 대선 전에 나온다면 대법원이 이 후보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재상고 이유서 제출 기간(20일)’조차 보장해주지 않고 유죄 판결을 서둘러 확정할 거라는 음모론적 주장마저 퍼지고 있다.

현직 판사들도 “의심·불신 낳을 수밖에 없는 이례적 절차” 지적

이런 상황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대법원이 자초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0년간 법관으로 일한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이날 “전원합의체 심리가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심을 받을 만하다”며 “대법원장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를 떠나서, 공정성을 갖춰야 할 사법부가 (국민에게) 의심의 여지를 준 순간 이미 법원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죄로 유죄를 뒤집는 상황에서 반대하는 법관이 있다면 (판결을) 서두르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2명의 대법관이 강한 반대 의견을 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유죄 결론을 낸 것도 심리 속도 만큼이나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지법의 한 판사도 지난 2일 법원내부망(코트넷)에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 청주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30여년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고 썼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도 “대법원이 스스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2일 논평에서 “대선이 불과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한 판결을 졸속으로 선고한 대법원의 ‘정치적 행보’는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형법학자는 “1심 유죄를 뒤집으면서 촘촘한 법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2심 판결을 9일 만에 깨뜨려 하급법원 판결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점도 대법원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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