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으나, 여전히 넘을 산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돌입하고도 고가 목걸이·가방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이 지난 달 25일 6월 중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김검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해 실제 수사 기간도 제한될 수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지난 달 30일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피의자로 적시했다. 특히 ’전씨와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2년 4~8월께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직자 직무와 관련 사안으로는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사업 지원 △통일교의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열거됐다. 다만 김건희 여사의 경우 입건되지 않은 상황이라 참고인 신분으로 적시됐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으나 핵심 증거인 고가 목걸이와 가방, 인삼주 등은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압수 대상만 100여개로 정하고 사저를 찾았는데도, 김 여사의 휴대전화기와 공기계 2대 메모장 등 일부만 확보했다. 그나마도 김 여사 휴대전화기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시점인 지난달 4일 개통한 신형이었다. 나머지 공기계 역시 코바나콘텐츠 전시 관련 음악용으로 비치된 것이었다. 김 여사는 이전에 사용했던 휴대전화기는 대통령실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현재 확보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 작업에 나섰지만, 전씨와 김 여사 연관성을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6·3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김 여사가 여전히 참고인 신분으로 피해자 전환이 되지 않아 그에 대한 소환 조사가 조만간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상한 돈다발’과 함께 고가 목걸이·가방 수수 의혹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향후 ‘게이트급’으로 사건이 확대될 수 있지만, 검찰이 시작부터 증거 확보 등에 난관을 겪으면서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는 것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가상자산 시세 조종 수사 과정에서 퀸즈 코인 일부가 전씨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며 “고가 목걸이 수수 등 의혹을 추가로 확인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하면서 뭉칫돈을 전씨 자택에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속인들이 각종 이권에 대한 이른바 ‘검은 돈’의 유통 통로로 쓰이는 사례가 많은 데다 전씨 자택에서 정치권 관계자, 법조인, 경찰 간부 등 수백장 명함이 나온 만큼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김 여사에 대한 피의자 전환에 이은 소환 조사 등은 물론 수사 확대까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전씨가 윤씨와 이른바 ‘윤핵관(윤 전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국회의원과 만남도 주선한 정황을 포착하고 통일교 측 현안 해결에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1월 전씨를 불러 조사하면서도 “대통령, 영부인, 국회의원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것 이외 별도의 자문 활동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증거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김 여사 소환 등 수사가 향후 대선 이후 특검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검찰도 특검 전까지 가능한 수사까지 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법의 경우 우선 시행해야 하는 특별법”이라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실제 시행되면 검찰은 수사 중인 모든 사건을 특검에 넘겨야 해 사실상 수사 기한이 1~2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