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수장 공백' 6개월···인사·수주·실적 모두 뒷걸음질

2025-12-10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반년째 수장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글로벌 K-방산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치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며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자, KAI 노동조합이 거리로 나서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Quick Point!

KAI가 6개월째 대표이사 공백 상태

정치적 리스크로 인선 지연

노조가 거리 집회로 위기감 표출

10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7월 강구영 전 대표이사 사장이 중도 사임한 후 현재까지 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 차재병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이 없는 상황이다. 30여 년간 KAI에 몸담은 기술 전문가지만, 대규모 수출과 투자 결정을 감당하기엔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 전 사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사의를 표명한 지난 6월 이후 신임 사장 후보군이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정작 인선은 6개월 가까이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내부 혼란도 적지 않다.

KAI 관계자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공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우려를 일축했지만, 실제로는 주요 사업에서 경영 공백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계약 추진 과정에서 최종 책임자의 부재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수주전에서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AI는 올해 핵심 전략 사업에서 연이어 패했다. 4월 육군 UH-60 개조 사업을 시작으로 전자전기, 항공통제기(AEW&C) 사업까지 모두 경쟁사에 내줬다. 9월 방위사업청 전자전기 사업 수주 실패는 '완패' 평가가 나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실적도 흔들렸다. 국내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 가운데 3분기 실적이 후퇴한 곳은 KAI가 유일하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1% 감소한 602억 원, 매출은 22.6% 감소한 7021억 원을 기록했다.

사실 KAI의 '수장 공백 사태'는 반복된 문제다. 정권 교체기마다 사장이 교체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민간기업 외형을 한 공기업"이라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 2대 주주는 국민연금(8.31%)으로, 사실상 정부 지분율이 35%에 육박한다. 그만큼 사장 선임에서 정부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번에는 특히 공백 기간이 회사 창립 이후 최장기로 이어지고 있어 내부 불안과 외부 비판이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최근 황기연 수출입은행장과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KAI 인선에 영향력을 미치는 핵심 기관의 리더십 교체가 끝났고, 이에 따라 인선 절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환경은 마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통 후보 추천부터 임시주총·이사회까지 약 2주가 소요되는 만큼 빠르면 이달 말, 늦으면 연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위기감을 느낀 노조는 거리로 나섰다. 노조는 12월 초까지 인선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상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이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사장 인선 촉구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KAI 노조는 "대표이사 공석으로 수출 사업 결재 지연, 국제 파트너십 협상 난항 등 회사의 핵심 기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국가 전략산업의 주체가 반년 가까이 리더십 공백에 놓여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새 대표이사 인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내년도 사업 예산·조직 확정을 진행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정부와 회사 측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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