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4일 첫 행보로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3자 회동을 택하면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빠르게 재가동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세계 경제 ‘빅샷’들과 회동하는 등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선 건 지난해 10월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 방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면서 경영진에 인공지능(AI)과 로봇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이 회장은 법원이 쉬는 명절 전후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지만 2심 선고를 앞둔 올 들어선 설 연휴에도 국내에 머물렀다.
재계에선 올트먼 CEO와의 회동을 시작으로 올해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무죄 선고 이후 이 회장의 첫 대외 행보가 AI여서 올해는 AI와 로봇 등 신사업과 관련된 협력에 각별히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2주간 다녀온 미국 출장에서 뉴욕을 시작으로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크리스티아 아몬 퀄컴 CEO 등과 만나 AI 관련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사이자 메모리 사업의 협력사다.
그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핵심 사업에 힘을 싣는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2020년 이동통신 세계 1위 버라이즌과 7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 간의 각별한 관계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수주를 계기로 미국 5세대(5G)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실세인 일론 머스크 등과도 가까워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위협을 완화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이라며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민간 외교 분야에서 최대의 우군을 확보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