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2년 달에 우리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기 위한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나라의 우주 예산 규모가 글로벌 우주산업 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핵심 기술 수준도 주요국에 크게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9일 곽신웅 국민대 교수에게 의뢰한 ‘우주항공 산업 발전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우주 예산은 6억달러(약 8000억원)로 미국(695억달러)의 0.9%, 중국(161억달러)의 3.7%, 일본(31억달러)의 19.4%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주 예산 비중도 한국은 0.03%로 미국(0.28%), 일본(0.1%), 중국(0.09%)보다 낮았다.
우리나라의 우주관측센싱 기술 수준은 미국(100%)에 비해 65.0% 수준에 불과했으며 유럽연합(EU·92.5%), 일본(81.0%), 중국(80.0%)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주발사체 핵심 기술인 대형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 기술 수준도 미국의 55% 수준에 불과하며 중국(86.0%), 일본(82.5%), EU(80.0%) 보다도 낮았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우주 역량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우주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우주산업에서 7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지상장비, 위성통신 서비스 등 위성통신 산업을 최우선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라고 제시했다.
우선 단말기, 관제·수신 장비 등 지상장비 시장을 육성하고, 인공위성 제작 단가를 낮추는 생산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규모가 큰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에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위성 제작 비용은 1㎏당 1억원 수준인 데 비해 영국의 원웹은 1000만원,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100만원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양산 단가를 낮추는 생산 기술 개발 및 인증체계 표준화·단순화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자국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산업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도록, 중량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 및 하이브리드 추진 기술 개발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2027년까지 정부 계획대로 최소한 연 1조5000억원의 우주 예산을 확보해 우주 강대국과의 우주 예산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국책 연구소를 통해 개발해 온 우주산업 기술을 민간 기업으로 과감히 이전하고, 민간 주도의 기술 개발 활동을 장려해 위성 제작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