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내놓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가운데 현재 기준으로 최고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고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 조건에 따라 최대 연 6%의 금리를 제공받는다고 홍보했지만 최소 급여 이체 기간이 길고 우대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개 시중은행을 전수조사한 결과 올 8월 말 현재 청년도약계좌를 유지하고 있는 192만 명 중 향후 최고금리인 6%를 적용받게 될 사례가 지금으로서는 전무했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 동안 매달 70만 원 한도에서 납입하면 최대 6%의 금리에 소득 수준에 따라 월 3만 3000원 안팎의 정부 기여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만 신규 가입을 받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당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이후 은행들은 ‘최고 6% 금리’ 문구를 내세워 청년층의 가입을 유도했다.
시장에서는 은행권이 제시한 우대금리 요건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은행별로 기본금리 3.8~4.5%에 급여 이체와 카드 실적, 첫 거래 등 항목별 우대금리(1.5~2.2%포인트)가 더해지는 구조다. 문제는 해당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한 문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별로 평균 30~36개월의 이체 실적과 카드 결제, 주택청약 가입과 같은 다중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품이 첫 출시된 지 2년 4개월이 지났음에도 앞으로 몇 명이나 최고금리가 적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NH농협은행에서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한 청년은 월 50만 원 이상 급여 이체를 최소 50개월 유지하고 NH채움카드를 월 20만 원 이상 써야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당행 계좌로 36개월간 50만 원 이상의 급여 이체를 실행하고 월 10만 원씩 자사 카드 사용을 병행해야 6%의 금리를 내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최소 30개월 이상 급여 이체와 카드 사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실적으로 달성이 쉽지 않은 조건으로 인해 현재 기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들의 평균 금리는 4.26%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가 2023년 6월 출시됐을 당시 은행권 적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3.52%로 0.7%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난다. 은행 내에서도 우리은행의 평균 금리는 4.90%인 반면 전북은행은 3.57%에 그쳤다. 추가로 생활비 부담 등으로 중도에 해지한 이들만 해도 37만 9000여 명으로 전체 가입자 229만 9000여 명의 약 16.5%를 차지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는 정책 금융 상품의 성격이 있는 만큼 좀 더 요건을 완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내년 6월 출시될 이재명 정부의 청년 자산 형성 프로그램인 ‘청년미래적금’에서는 금리 우대 요건이 완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들이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인데, 최고금리 혜택 충족을 위해 쌓아온 실적은 인정하는 형태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의원은 “가입을 늘리는 홍보보다 청년의 실질적인 이익을 키우는 설계가 먼저”라며 “이재명 정부의 청년미래적금은 최고금리 조건을 현실적으로 설계하고 과장성 홍보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해 청년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